‘그들은 과연 진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 <발칙한 현대미술사> 윌 곰퍼츠 지음, 김세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발칙한 현대미술사(What are you looking at?)>는 바로 이 물음에 대한 해답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 윌 곰퍼츠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에서 관장을 역임하며 7년간 일하는 동안, 전시된 작품을 그저 멍하게 바라보거나 고개를 내저으며 뒤돌아서는 관람객들을 줄곧 봐왔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니컬러스 세로타 경조차 이따금 어쩔 줄 모르겠다고 할 때가 있을 정도다.

저자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현대미술을 모두 사기로 치부하고 감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윌 곰퍼츠는 현대미술이나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고 즐기려면 이것이 과연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어떠한 과정에서 이러한 작품이 탄생했는지 그 경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령 캐나다 예술가 제프 월의 사진작품 <파괴된 방>의 경우, 이것이 외젠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을 포스트모더니즘 방식으로 정교하게 재창조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작품을 파악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저자는 현대미술은 일종의 게임과 같아서, 얼핏 보기에는 알 수 없는 대상이라도 기본적인 규칙과 규정을 알면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마그리트가 큰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 화가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에서는 그리스 조각상 옆에 고무장갑이 걸려 있고 녹색 공 뒤로는 기차가 지나간다. 이것이 환상을 이용한 ‘믹스 앤드 매치’ 게임임을 알아차리면 그림 속에 내재된 불안과 고독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당시 규칙과 규정은 바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당시 문화 정치 사회적인 배경을 아우르며 150년에 걸친 현대미술사를 조명한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