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 아래서 가장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일하고, 가장 큰 신임을 받았던 경영자로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에드 캣멀이다.

   
▲ <창의성을 지휘하라> 에드 캣멀, 에이미 월러스 지음 /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잡스가 캣멀을 높이 평가한 이유는 성공한 기업가 특유의 자만이나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자신과 조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성찰할 수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캣멀은 실리콘밸리 신흥기업들이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경영자들의 어리석은 의사결정으로 한순간에 좌초되는 경우를 숱하게 지켜보며, 경영자들에게 ‘냉정한 자기인식’과 ‘건설적인 자기비판’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캣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런 기업의 경영자들은 모두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이지만, 자신의 현실인식에 ‘맹점’이 있을 수도 있음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자신이 조직 내외부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대부분 옳은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기존의 성공경험은 이런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때문에 눈에 보이는 문제점이 없으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문제가 아예 없는 것으로 현실을 왜곡해서 인지하게 된다.

캣멀은 조직의 리더가 ‘자신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의 경영모델이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바로 ‘창의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의 첫 단추임을 이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 보여준다.

픽사가 솔직한 소통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모든 의견에 열린 자세로 임하는 캣멀의 리더십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건설적인 자기비판은 픽사의 ‘열린 작품 제작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불완전함에 대한 인식은 픽사 리더들이‘보이지 않는 문제’를 찾아 나서게 하고,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위기와 문제 상황에 좀 더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 구조를 마련하게 했다.

‘보이지 않는 문제, 위기, 리스크, 오류 등’은 조직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요소다. 때문에 많은 경영자들이 이런 불안요소를 최대한 줄위기 위해 온갖 변수를 계산해 아주 조심스럽게 계획을 세우거나,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을 통제하려 든다.

그러나 캣멀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중요한 것은 (특히 창의적 기업에서) 오류나 리스크의 최소화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문제나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구조를 구축’이라고 조언한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