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발생 1년 넘도록 피해자 대책 마련되지 않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사모펀드에서 ‘디폴트’가 연이어 발생해 투자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펀드는 국내 주요은행이 앞장서 판매에 나섰음에도 피해자 구제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작년에 디폴트를 맞은 ‘장하성 동생 펀드’의 경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으나 디폴트 발생 1년이 넘도록 피해자 대책 마련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사모펀드 업계에서 환매중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는 이미 업계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여파가 번진 대형사건으로 규모를 불리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도 환매중단이 발생했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미국 부동산담보대출펀드에서도 최근 디폴트 사태가 났다.

   
▲ 사진=미디어펜


이 중에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인 장하원 씨가 대표로 재직 중인 회사가 눈길을 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지난 1월 기준 전체 펀드 설정잔액 5059억 9500만원을 기록 중이다. 주로 미국 내 부동산 담보부채권, 소액대출채권, 핀테크를 통한 소비자 리스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펀드를 운용한다.

그런데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설정·운용한 ‘US핀테크 부동산’ 사모펀드에서 최근 디폴트가 발생해 지난 2월로 예정됐던 펀드 만기상환이 연기됐다. 심지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디폴트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작년 4월에도 ‘디스커버리 US 핀테크 글로벌채권 펀드’에서 디폴트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둘 다 미국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펀드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기초자산이 유사한 다른 펀드들도 똑같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본지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번호로 연락을 취했지만 관련 사안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문제는 비단 자산운용사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판매하는 펀드는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통해 소개되고 판매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4월에 디폴트가 난 ‘디스커버리 US 핀테크 글로벌채권 펀드’의 경우 IBK기업은행과 그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에서 수천억 원 규모가 판매됐다.

특히 중소기업에 주로 대출을 해주는 기업은행의 경우 대출을 내주는 대신 금융상품 가입‧판매를 사실상 강요하는 속칭 ‘꺾기’ 수법이 사용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해당 펀드에 실제로 투자해서 손해를 본 한 기업가는 “은행금리보다 1%포인트를 더 준다는 말로 포장해서 가입하게 유도했다”면서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는데 막상 가입하고 나서는 ‘나 몰라라’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이 사안에 대해 기업은행 측 관계자는 “해당상품의 경우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꺾기 부분은 없었을 것”이라며 판매방식의 부당성 부분은 부정했다. 

디폴트 발생 이후 미흡한 대처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을 관리하는 전담직원을 붙여 상황이 진행 될때마다 안내문을 발송(5회 이상)하는 등 느리지만 사후대처가 진행 중"이라면서 "별도 태스크포스(TF) 팀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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