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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심부름 '군번' 70대?...진정한 자유 만끽할 황금기
친구를 얻으려 하지 말고 먼저 누군가의 친구가 될 준비부터 하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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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4-10-19 16: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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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지식이 넘치는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지혜의 가뭄’ 시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복잡화 전문화될수록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지혜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전에는 역사에 명멸했던 위대한 지성들의 삶의 애환과 번민, 오류와 진보,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고전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지혜의 가뭄을 해소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와 ‘미디어펜’은 고전 읽는 문화시민이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밀알이 될 <행복한 고전읽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박경귀의 행복한 고전읽기 (34) - 명예로운 삶, 훌륭한 삶의 조건 키케로(BC 106~BC 43)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 박경귀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
바야흐로 '신중년'의 시대다. 이제 60~70대 연령대를 노년이라 불렀다간 얼굴을 붉힐 수 있다. 70대 노인이 경로당에 가면 심부름을 해야 할 '군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건강하게 나이든 '신중년'들의 전성시대가 오는 듯하다. 고령화 시대가 낳은 새로운 풍경이다.

이제 80대나 되어야 노년이라 부를 수 있을 듯하다. 건강한 신중년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인생을 즐겁게 사느냐 일 것 같다. 로마인들 역시 노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더욱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가 새로운 의미로 읽힌다.

로마 최고의 변론가이자, 최고의 정치가,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수많은 철학 저술을 남겼다. 『최고선악론』,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 『의무론』, 『국가론』 등이 대표작이다. 그는 로마 최고의 인문주의자였다. 그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쓴 지적인 산문은 가벼우면서도 매력적인 감동을 준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노년에 관하여’와 ‘우정에 관하여’이다.

이 책은 이 두 산문을 한 권으로 묶어냈다. ‘노년에 관하여’는 로마의 최고 현인으로 불리던 84세의 카토가 노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을 피력하는 내용으로 기술되었다. 키케로가 30대의 스키피오와 라일리우스의 요청에 따라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 키케로가 카토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식으로 구성되었다. 노익장을 과시했던 카토의 경험담을 통해 노년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대한 반박이 제시된다.

   
▲ (大)카토(Marcus Porcius Cato)의 동상, 르부르 박물관 소장, 사진 M.Romero Schmidkte

대개 노년이 되면 피할 수 없는 짐으로 네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노년은 큰일을 할 수 없다. 둘째, 노년에는 몸이 쇠약해진다. 셋째,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간다. 넷째, 노년이 되면 죽을 날이 멀지 않다. 노년이 가져오는 이런 명제들이 달가울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는 노년을 두려워하고 노년을 한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말 노년의 짐은 인생에서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일까?

키케로는 카토의 입을 빌어 노년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잘못된 것이란 점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노년이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란 것이다. 카토의 반론을 들어보자. 노년이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아니다. 직접 막중한 직책을 맡지 않아도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요정책에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이 보다 가치 있는 큰일이 어디 있겠는가?

또 체력이 달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력이 떨어졌다고 학문을 가르치는 데 부족함이 있는 건 아니다. 육체는 비록 힘든 운동을 해낼 만큼 강건하지는 못하지만, 정신의 활동은 노년에 굴복하지 않고 ‘팽팽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경우 80세가 되도록 대작 『법률』을 저술했으니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노년이 쾌락을 앗아가는 것이야말로 서럽지 않을까? 카토는 이 역시 쾌락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노년기에는 청년기와 같이 성욕과 야망과 온갖 욕망이 뻗치는 대로 마음껏 추구하고 즐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년에는 그런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정신적 쾌락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년이 되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법. 죽음이 노년에만 늘 가까이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훌륭하고 명예롭게” 사는 일이다. 그러니 죽음에 대해서도 초탈할 일이다. 이렇게 짐스럽게 말해지는 노년의 모습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리 두려워할 만한 것도 또 비참한 것도 아니란 얘기다.

결국 노년에 맞는 인생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카토가 피력하는 노년의 인생관은 긍정적이고 당당하다. 육체적으로 쇠퇴하는 노년의 특징들을 스스로 지나치게 의식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노년이 주는 평온과 여유, 온유한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긴다면 젊음의 인생 못지않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 키케로 흉상, 로마 카피톨리노 박물관, 1세기 중반 작품, 사진 Glauco92
 

‘우정에 관하여’는 라일리우스가 자신의 두 사위 판니우스와 스카이볼라와 주고받는 이야기 형식으로 기술되었다. 키케로가 복점관(卜占官) 스카이볼라 문하에서 공부할 때 스승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인간 사이에 나누는 감정 중에 우정(amicitia)만큼 고귀한 것도 드물 듯하다. 성별과 연령과 계층을 떠나 우정은 싹틀 수 있고, 그 우정은 당사자들의 삶을 멋지고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키케로가 생각하는 우정의 본질은 “선의와 호감을 곁들인 감정의 완전한 일치”이다.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 ‘선의의 유대’는 무한한 힘을 만들어낸다.

우정은 선의에서 비롯되고 미덕에 의해 유지된다. 상대에 대한 진정성과 미덕이 발휘될 때 우정은 더 큰 호감을 유발시키고 우정을 더욱 돋운다. 하지만 우정은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키케로는 사랑의 경합이나, 관직 경쟁, 금전욕, 명예욕이 절친한 사이에서 철천지원수의 관계로 돌변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좋은 친구를 얻고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의에 어긋나는 것은 요구해서도 안 되고 요구를 받더라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친구를 사랑하되 “어떤 한계와 경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돈독한 친구라 할지라도 “눈감아줄 수 없는 경계”를 판별하고 이를 지킨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명제에 때로 “눈감아줄 수 없는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진정한 우정이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완전한 우정의 상황이란 친구에게 “조금도 가장하거나 꾸며대지 않”고, 남이 친구를 비난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고, “친구가 나쁜 짓을 했으리라고 의심하거나 믿지 않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평소 선의와 진정성에 대한 기초한 완전한 믿음만이 아름다운 우정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우정이 되기 위해서는 “우정이 지나쳐 친구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이 먼저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존경하게 된다. 우정도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애초에 친구를 잘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물론 “평가하고 나서 친구를 사랑해야지 사랑하고 나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일단 우정을 나눈 친구와 그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가끔 충고와 질책도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충고를 하는 것도 충고를 받는 것도 진정한 우정의 특징”이다. “우정에는 아첨과 아부와 맞장구보다 더 큰 해악이 없다.”

키케로가 말하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친구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를 얻으려 연연하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 누군가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자신이 먼저 선의와 미덕을 쌓고 진정성을 갖춰 누군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면 우정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춘 셈이 아닐까?  /박경귀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 ☞추천도서: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숲(2011, 11쇄).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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