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 번도 뺏기지 않은 광진을, 고민정 사수 or 오세훈 잠룡 부활
고민정 1호 공약 '스타트업 허브 조성' 오세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코로나 19로 인한 국난의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국민의 대표를 뽑는 2020년 제21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여러가지 측면에서 새로움이 있고, 흔히 '초유'의 선거라는 수식어가 일상적으로 붙는다.

만 18세, 일부 고교생도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하게 되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인해 단독 과반의 정당 탄생이 힘겨워지기도 하고, 사상 유래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이번 제21대 총선은 유권자도, 후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선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오는 4월 15일 치러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시민들은 그 선거에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이에 본보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후보간의 격돌이 예상되는 10곳의 지역구를 선정했다. 그 격전지를 통해 이번 총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정치신인 vs 야권 잠룡', '신선함 vs 경험', '문재인의 입 vs 문재인 저격수'. 

4.15 총선 최대 '빅매치' 지역 중 하나인 서울 광진을을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치 신인의 신선함을, 서울시장 출신의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로 경륜이 최대 무기다.

광진을은 현재 지역구로 재편된 후 첫 선거였던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줄곧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역풍을 맞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17대를 제외하고 내리 5선을 한 지역구이기도 하다. 추 장관이 낙선한 17대마저도 민주당 계열인 김형주 열린우리당 전 의원이 당선해 보수 정당인 통합당에선 한 번도 '깃발'을 꽂지 못한 험지 중 험지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텃밭'에 '대권 잠룡'으로 재기를 노리는 오 후보가 1년 전부터 터를 잡고 바닥 민심부터 차근차근 다져왔다. 당초 이곳에선 터줏대감 추 장관과 오 전 시장의 맞대결이 예상됐으나 추 장관이 입각하면서 '골리앗 빅매치'는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은 고 후보를 오 후보에 대한 대항마이자 지역 방어전의 낙점 인사로 전략공천했다.

   
▲ 서울 광진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사진=각 후보 SNS

청와대와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결전에 나선 고 후보는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2017년 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경선 캠프에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와 대통령 비서실 소속 부대변인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턴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 '문재인의 입'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지난 3년 동안 늘 스스로 정치에 몸담기를 거부해왔다"던 고 후보는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촛불의 완성"이라는 출마의 변을 전하며 "내가 이겨야 한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신선함'을 강조하는 고 후보와 달리 통합당의 오 후보는 '일해 본 경험'과 인지도, 친화력을 내세워 지역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2000년 강남을에서 당선해 정계에 입문한 이후 2006년, 2011년 서울시장에 내리 당선되며 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로도 떠올랐다.

그러다 오 후보는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건으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했으며 이후 2016년 20대 총선을 통해 재기를 노렸지만 당선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다.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도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약 9년간 '야인'으로 지낸 오 후보는 "험지가 아니라 사지"와도 같다는 광진을에서 다시금 '정치 재개'를 노리고 있다. 그는 "책임 있는 위치에 와 있는데 선거하기 편한 곳만 고집할 수 없다"며 '낙선 리스크'와 그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기꺼이 감수한 모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고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어 정치권에선 광진을만큼은 섣부른 예측을 피하고 있는 눈치다.

   
▲ 광진을 젊은 부부 맞춤 공약으로 '보육 대책' 마련에 힘쓰는 고민정 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사진=각 후보 SNS

YTN이 지난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고 후보가 47.1%, 오 후보가 43.3%로 오차범위 내 치열한 대결이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하루 전날(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7.1%, 오 후보는 38.4%로, 오차범위 내인 8.7%p 차가 집계됐다.

한 주 전 23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고 후보가 43.2%, 오 후보가 40.7%를 기록해 '박빙'의 승부를 보였다. 다만 해당 조사에선 고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소속 정당' (63.3%)을 첫번째로 꼽았고 오 후보 지지의 가장 큰 이유는 '능력과 경력' (75.5%)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선 광진을 선거는 '정당' vs '인물론' 구도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당'뿐만 아니라 오 후보에겐 광진을의 '지역 색깔'과 '젊은 연령층'이 최대 극복 요소로 떠올랐다. 광진을이 민주당 강제 지역인 이유는 지역 유권자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이 지역 유권자 약 30%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호남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젊은 연령층의 분포도도 높다.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 때문에 젊은 직장인이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두 후보 모두 학생, 직장인, 신혼부부 등 '젊은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고 후보는 "이제, 광진이 뜬다!"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호선 구의역 일대 재생 프로젝트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부지방법원의 이전으로 일대 상권이 침체돼 KT 시설 부지와 합쳐 총 2만3600평 규모 공간에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보육 대책' 마련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3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부부층을 공략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룸촌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 20대 '나 혼자 산다' 가구를 위해 치안 등에 대한 2030 맞춤 공약도 마련 중이다. 또한 성수사거리(동일로, 아차산로 교차)에 문화복합기능 거점 조성 등, 낙후된 동일로 주변에 대한 도시개발 계획도 추진 공약으로 내세웠다.

   
▲ 광진을 주민을 만나는 고민정 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사진=각 후보 SNS

한편, YTN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28~29일 18세 이상 유권자 509명을 대상으로 무선(60%) 유선(4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1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서울 광진을 거주자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가상번호(80~83% 비율)에 유선 임의전화걸기(RDD)를 결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최대 ±4.4%포인트다.

동아일보 여론조사는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7~18일 광진을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응답률 11.2%)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위 여론조사 모두 올해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 연령, 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으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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