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최악 상황…현대산업개발 현급 창출력 인수 추진 당시 대비 둔화
   
▲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홍샛별 기자]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의 변경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환경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데다가 현대산업개발의 현금 창출력이 추진 당시보다 둔화됐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1일 금융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7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1조40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19로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회사채 시장도 경색되면서 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날짜가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던 현대산업개발은 투입 자금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차입금 상환에 쓰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공사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데다 회사채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변경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최근 현금상황 흐름 사정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우수한 현금 창출력을 앞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분양물량 축소, 복합개발 부진 등으로 현금 창출력이 당시 대비 상당 수준 떨어졌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전국서 분양한 물량은 6400여가구에 불과하다. 1만9000가구 공급을 예상했던 연초와는 달리 3분의 1에 그쳤다.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복합개발 사업의 진행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 단위 프로젝트인 광운대 역세권개발의 경우 지난 2017년 10월 민간사업자로 선정됐지만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업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개발 계획 수정 등으로 빠르면 올 하반기에나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금성 자산의 축소, 주택사업 위축 속 현대산업개발이 과거처럼 충분한 자체 유동성에 의지해 사업을 벌이기는 사실상 어려워 졌다. 

여기에 아시아나의 반토막난 주가도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달 31일 종가(3370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12일 6580원의 절반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7746억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자금으로 밝힌 2조5000억 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조만간 산은 등에 인수자금 지원, 차입금 상환 유예 등 인수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 채권자인 KDB산업은행도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할 경우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던 한화그룹처럼 ‘빠른 손절’에 나서는 게 현대산업개발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재무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한화그룹이 당시 인수를 포기한 것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로 공중에 날린 계약금인 이행보증금만 무려 31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인수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자금조달 등에는 문제가 없으며 유상증자 등도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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