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 급등 여파로 빚을 내 전세자금에 충당하는 '전세 푸어(poor)'가 양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9월말 현재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조86억원으로 지난해 말(10조5509억원)보다 무려 3조4577억원(32.8%)이나 늘어났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월말 현재 274조8802억원으로 올들어 7.2% 증가했다. 전세자금 대출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무려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전세자금 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주택가격보다 전세가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64.6%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조치를 통해 부동산 매매가 늘어나면 전세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자신했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치솟는 바람에 서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전세자금을 대기 위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전세 푸어(poor)'가 나날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전셋값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3.3%로 올해 초에 비해 1% 포인트 높아졌다. 전세 거주자들의 대출 부담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세입자들이 기존 전세 자금에 추가 대출을 얹어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며 "집값에 대한 미래의 불확실성도 이런 전세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