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주요 간부를 소집해 채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및 전액공급방식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제도 시행에 따른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동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날 전액공급방식 RP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다. 이에 이 총재는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 수요와 채안펀드 매입 등으로 차환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전개와 국제금융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 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은행으로서는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기본적으로는 은행 또는 공개시장운용을 통해 시장안정을 지원하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법에서 정한 한은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법 제80조(영리기업 여신) 적용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시 종금사 업무정지 및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 및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한 대출이 유일하며,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해 동 조항을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주요국 중앙은행법도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 사례도 극히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