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꽃 피는 봄이 왔다. 그런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지구촌을 숨막히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춘래불사춘'이 특히 잘 들어맞는 분야가 있다. 야구, 축구와 같은 야외 스포츠다. 가장 많은 국민들이 즐기고 좋아하는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코로나19 사태로 아직 시즌 개막도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KBO리그는 지난 3월 28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4월말~5월초로 연기된 상태다. 프로축구 K리그는 2월 29일 개막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계속 늦춰져 개막 시기를 특정짓지도 못하고 있다. 두 종목 다 그저 코로나19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겨우내 새 시즌을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2019시즌 KBO리그 우승팀 두산 베어스와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 코로나19 사태로 2020시즌은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다. /사진=KBO, 한국프로축구연맹


일본 역시 한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프로야구는 개막이 계속 연기되고 있고, J리그는 개막 직후 중단돼 언제 재개될 지 모른다.

한국과 일본에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주요 프로스포츠 종목인 축구와 야구 선수들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감염자는 아직 없다. 그런데 일본은 두 종목 모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가 나왔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소속 후지나미 신타로 등 3명의 선수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프로축구 J리그에서도 국가대표 출신인 빗셀 고베 수비수 사카이 고토쿠를 비롯해 2부리그 선수 포함 3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일본의 일이다 보니, 국민 감정상 '강 건너 불'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군다나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의지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이나 검사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와 빈축을 샀다. 우연인지,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결정이 난 후 확진자가 늘어나고, 프로야구와 축구 선수 중에서도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행태에 있어 한국과 일본 프로 구단들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무척 조심스러웠고 신중했다. 프로야구의 경우 팀간 연습경기도 못하게 했으며 선수나 구단 관계자가 약간의 의심 증세만 보여도 검사를 받게 하고, 팀 훈련을 중단하고, 자가격리를 시켰다. 반면 일본은 팀간 연습경기를 계속해왔고, 선수들에게 외출이나 모임 자제 요청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확진자가 나오면서 식겁을 하고 있다. 

우린 아직 괜찮다고 해서,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은 결코 아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의심 증세만 보여도 훈련이 전면 중단인데, 확진 선수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나마 신중하게 준비 중인 개막은 더욱 멀어진다. 시즌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모두가 연대적인 책임 의식을 갖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계속 긴장하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선수는 속된 말로 '내 한 몸이 아니다'. 

선수들의 개인적 일탈이 가끔 논란이 되곤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없다 하더라도 감염 자체로 동료나 팀, 종목 전체, 팬들에게 가늠하기 힘든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선수들은 훈련 열심히 해서  언젠가 시즌 개막을 하면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적어도 KBO리그나 K리그는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야구장에서, 축구장에서 관중들의 함성 소리를 하루라도 빨리 들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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