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의 무급휴직 시작일인 지난 1일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한때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이 양국 정상의 최종 승인 절차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지만 3일까지 합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방위비협상 타결 임박 소식이 전해졌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제공 등 방역 공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국인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은 피하자는 논의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측이 3일 “방위비협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한 것을 볼 때 우리측의 성급한 판단이 있었거나, 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결단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월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6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실제로 한미 정상간 통화 이후 그동안 출구가 보이지 않던 방위비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7차회의 이후 답보 상태였던 물밑 조율이 성사되면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전화로 타결안을 논의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은보 대사가 31일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시작 전날 영상브리핑을 열고 “오늘 주한미군사령부의 1일부터 무급휴직 시행 통보는 양국간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또 “방위비협상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사령관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우리속담을 언급하면서 방위비협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일 자신의 SNS에 “‘달걀이 부화하기 전에 닭의 수를 세지 말라’는 미국 표현과 같은 한국식 표현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속담을 언급했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며 공정한 합의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의 추가 부담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반면, 방위비협상 분담금이 당초 미국측이 제시했던 50억 달러 이후 한차례 낮춰진 40억달러보다도 낮아졌고, 여기에 현재 1년간 적용됐던 SMA의 계약기간을 5년 적용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 것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양측의 실무선에서 협상을 타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조성되면서 액수나 계약기간에서 상호 호혜적으로 의견을 의견을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최종 승인이 불발됐다는 관측이다.

한편, 국방부가 1일 무급휴직 주한미군 노동자 급여 지원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미국측의 무리한 방위비 증액 요구에 맞서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또 설령 방위비 협상이 금명간 타결되더라도 가서명과 국회 비준을 거쳐 실제 집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공백 기간이 있으므로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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