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CBSI 59.5 그쳐…발주 가뭄 현상 자금조달 어려움 영향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신규 공사 물량이 감소하며 지난달 국내 건설 체감 경기가 7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체감 경기가 갈수록 낮아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신규 공사 발주 시장이 침체하고 건설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9.4포인트 떨어진 59.5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60 밑으로 떨어진 것은 7년 1개월(85개월) 만에 처음이다.

CBSI란 건설 사업자를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경기 체감지수로, 100을 밑돌면 건설업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CBSI는 지난해 8월 65.9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반등하기 시작해 12월에는 92.6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 1월 72.1로 20.5포인트 떨어졌고,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통상 봄철엔 발주 물량이 증가해 지수가 3~5포인트 상승하는데, 지난달처럼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런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3월(-16.8p)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당시에는 3월 CBSI가 58.2를 기록하며 60 밑으로 떨어진 이후, 11월에는 14.6까지 곤두박칠쳤다.

지난달 CBSI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규 공사수주 BSI가 전월 대비 12.1포인트 하락한 61.6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로 예정된 공사 발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기성 건설공사, 수주 잔고, 자금조달, 공사대수금 지수도 모두 떨어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 건설기업의 체감 경기가 가장 안 좋았다. 전달 대비 22.6포인트 급락해 51.2를 기록했다. 대형 건설사는 66.7, 중소 건설사는 60.7이었다. 또 서울 건설사는 67.6, 지방 건설사는 50.6을 기록해, 지방 기업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CB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7.7포인트 상승한 67.2로 조사됐다. 건설사들이 이달에는 3월보다 건설 경기 침체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공공 공사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 전망 지수도 여전히 60선에 불과해, 건설 경기 부진이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각 지역 지자체가 건설·부동산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말 ‘지역건설업체 활성화 추진계획’으로 6대 정책을 발표했다. 관급 건설공사를 신속히 발주하고 지역건설업체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이어 광주광역시도 지역 건설사 지원을 위해 지난달 25일 ‘2020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에 나섰다. 지역 의무 공동도급 49%, 지역 건설업체 하도급률 70% 이상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내용이다. 

또 충남은 올해 각 시·군에서 발주한 1억원 이상 건설공사와 용역금액을 전년보다 2400억원 이상 늘려 1조1023억원으로 배정했다. 코로나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내 공공부문 발주계획을 지역 업체와 공유하고 이들의 공사·용역 참여율을 높일 방침이다.

업계는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책도 중장기적 방안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 여행업, 숙박업 등 모든 분야가 최악인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민간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방에 있는 아파트들은 주인없이 불꺼진 빈방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수도권에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이를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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