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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 존폐기로 항공산업 이대로 둬선 안된다
국내 항공사 '셧다운'…국가 기간산업 직간접 고용 84만명 적극적 지원 절실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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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4-03 1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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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은 저렴한 가격에 세계 최고의 항공 서비스를 향유해 왔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전세계를 연결했고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들은 국내선뿐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 국제노선을 촘촘하게 연결, 이웃 동네 방문하듯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해외 항공사들도 앞다퉈 경쟁을 벌였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은 여객과 화물이 전 세계로 물 흐르듯 흐르는 항공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를 기준으로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다. 국내선 여객도 60%가 줄었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가운데 324대가 멈춰 섰다. 이대로 방치하면 고정비 비중이 놓은 항공산업의 특성상 파산 도미노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운항자체를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갔고 인력의 45%를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모든 항공사가 의무휴가, 급여반환 등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항공협회는 3일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유무급 휴직, 자발적 급여반납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규모 지원 없이 항공업계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매월 9000억 원의 고정비가 적자로 쌓이는 가운데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5조3000여억 원 규모로 항공사와 임직원 모두가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를 기준으로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다. 국내선 여객도 60%가 줄었다. 사진은 지난 2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 냉장고 시설이 현재 창고로 사용되고 있어 썰렁한 상태"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사진=대한항공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원리에 따른 구조조정도 어렵게 된 모양새다. 이대로 가면 84만 명이 일하는 항공산업 관련 분야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종국적으로는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국 항공사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느닷없이 찾아온 역대급 불황 속에서 세계 각국은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세계 항공사의 매출 손실이 2520억 달러(309조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에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항공산업 지원을 촉구했다. 항공산업의 비중이 큰 미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업계 경영자들과 통화한 뒤 곧바로 지원을 결정했다. 항공산업 긴급지원법안(rescue bill)이 발효하는데 단 이틀이 걸렸다. 미국은 이를 통해 총 580억 달러(약 74조 원)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결정했다. 

독일은 국적기(루프트한자) 금융지원을 무한대로 설정했다. 프랑스는 약 60조5000억 원, 싱가포르는 16조4000억 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중국, 대만,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다수 항공 강국들이 자국의 항공산업이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떠한가.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 속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대책, 그리고 소상공인, 가계 대책에 집중하면서 항공산업의 위기 대책에는 지도력 부재 현상을 보인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항공사 지원 방안은 항공기 정류료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등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 KDB산업은행을 통해서 3000억 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약속한 것이 그나마 유일한 직접적인 금융지원이다. 

항공사들은 지금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당국은 "자구책을 내놓아라"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뿌리 깊은 '반재벌 정서'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재벌 일가의 '갑질' 행위, 국민 여론은 아랑곳 하지 않는 조현아 조원태 사이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항공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숲을 봐야 한다. 

대한항공만 봐도 조씨 일가가 국민적 미움을 사고 있지만 만성적자였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서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키운 공이 있다. 조씨 일가와 대한항공을 분리해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게다가 전후방 연관산업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항공산업은 국제여객의 97%, 수출입액의 3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인데다 항공사뿐 아니라 지상조업, 관광업 등 직간접 고용인원만 84만명에 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각국이 항공산업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항공산업은 한 번 네트워크를 상실하면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자구노력 타령을 하다 세계 최고의 해운사 가운데 하나였던 한진해운을 망하게 한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때 잘못된 판단으로 수출대국 대한민국의 컨테이너는 중국, 대만 등 경쟁국이 수송하는 시대가 됐다. 이대로 방치하면 항공산업도 같은 꼴이 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젠가는 유행을 멈출 것이다. 그때를 위한 최선의 대책은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골든 타임이 지나기 전에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일단 망하지 않게 해 놓고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회복의 원동력인 사람과 기업을 보호하는 결단이 아쉽다. 신속한 지원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최고 수준의 항공 서비스를 항구적으로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송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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