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심' 윤건영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정상황실장, 시련 속 자리 지켜"
'3선' 김용태 "서울 최낙후 구로, 오만 여당에 국민 무서움 보여줘야"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서울 구로을은 4·15 총선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된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자, 미래통합당에서는 3선 중진이자 당 사무총장 출신인 김용태 후보를 ‘자객 공천’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윤 후보가 패배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국민이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그 어느 격전지보다 선거 결과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 12일 서울 구로구의 한 교회 앞에서 4‧15총선 선거운동원들이 시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12일 서울 구일역 1번 출구 앞 육교 아래에서 한 시민이 4‧15총선 벽보를 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전반적인 분위기는 윤 후보가 다소 유리한 편이다. 구로을은 서울 안에서도 진보세가 비교적 강한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난 17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범 진보성향의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역 의원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윤 후보가 고스란히 지역을 물려받은 셈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일간 해당 지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50.1%, 김 후보는 27.7%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인 12일, 당초 예정된 일정과 달리 윤 후보는 차량에 올라 지역 곳곳을 누볐다. 캠프 관계자조차 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구로시장 입구 삼거리에서 진행된 ‘집중 유세’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원 유세로 이미 한껏 달아오른 현장은 다수의 선거운동원과 캠프 관계자들, 발길을 멈춘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20대의 한 남성은 “근처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궁금해서 구경하는 중”이라면서 “윤 후보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하니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서울구로을 국회의원 후보./사진=미디어펜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서울구로을 국회의원 후보./사진=미디어펜
검은 정장 차림에 어깨띠를 두른 윤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기호 1번 윤건영은 구로가 시작이자 끝인 사람”이라면서 “저는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정상황실장으로서 온갖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켰다”고 외쳤다.

그는 특히 현재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금은 전쟁과도 같은 시기다. 힘을 모아야 한다. 전쟁 중에 장수를 죽이는 법은 없다. 야당은 발목잡기를 그만할 것을 호소 드린다"며 "주민 여러분, 누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나. 누가 경제위기를 책임 있게 이겨낼 수 있겠나. 문재인 정부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여분간의 연설을 마친 윤 후보는 차량에서 내린 뒤 지지자들 사이로 들어가 일일이 ‘주먹악수’를 나눴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윤 후보에게 “힘내세요”, “꼭 승리할겁니다” 등의 응원을 보이며 기념사진 촬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김 후보도 만만치 않다. 그는 수도권 험지로 꼽히는 양천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특히 정책과 경제의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비록 상대 후보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뚝심으로 지역의 표심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다만 콜센터 감염 등으로 지역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점을 감안한 듯 그의 선거운동은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 특히 부활절을 맞아 공개일정보다는 비공개일정으로 물밑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 김용태 미래통합당 서울구로을 국회의원 후보./사진=김용태 선거캠프 제공

   
▲ 김용태 미래통합당 서울구로을 국회의원 후보./사진=김용태 선거캠프 제공

마지막 주말인 이날 김 후보는 지역 내 공원에 들러 배드민턴 인사를 마친 뒤 정오에는 지역 주민들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그런 그를 보며 주민들은 “힘내세요, 파이팅”, “이번에는 꼭 승리할겁니다”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지역 내의 한 교회 앞에서 만난 40대의 여성은 “솔직히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최근에 김용태 후보가 자주 눈에 보인다”면서 “당을 떠나서 이번에는 왠지 한번 믿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의 추격 분위기가 드러났다. CBS와 국민일보가 조원C&I에 의뢰해 지난 4~5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 후보는 42.5%, 김 후보는 37.5%의 지지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는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계속 승리한 구로가 서울에서 제일 낙후된 곳으로 남은 데 대해 김한길, 박영선의 후계자인 상대 후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금 ‘여당 심판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3일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면 유권자들께서 투표로 오만한 여당에게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강요식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불발’이다. 강 후보는 지난 19~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해당 지역에 출마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통합당이 김 후보를 단수 공천하자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가 난항에 부딪히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통합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12일 서울 구일역 1번 출구 앞 육교 아래에 4‧15총선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