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단독 과반 확보로 정부의 국정 뒷받침 동력 확보
통합당, 비대위 체제 예상되지만 구심점 될 인물 없어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제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16년만에 단독 과반을 달성하면서 ‘여소야대’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뒷받침이 가능해졌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던 미래통합당은 전국 단위 선거 4연패를 기록했다. 황교안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면서 내부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지역구 당선자만으로 과반을 확보했다. 16일 오후 최종 확정될 비례대표 의석까지 더해지면 더욱 압도적이다. 여기에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만큼은 아니지만 범여정당의 지원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압승 예상 소감으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과 경제위기의 대응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지지해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정부 임기 반환점을 지나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는 보통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리를 통해 ‘정권 심판론’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수습 등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우선 원내 1당에서 배출하는 게 관례인 국회의장을 별다른 저항 없이 가져올 수 있고, 통상 교섭단체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지연된 법안 처리 등 국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길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위기 해소라는 목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오는 7월 1일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 작업은 물론 통합당과 각을 세워온 사법‧검찰 개혁 등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대권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낙연 후보가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은 것을 시작으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치명상을 입게 됐다. 또한 결과에 상관없이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선전한 이광재, 김두관 후보 등과 함께 풍부한 대권주자 풀을 형성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 하반기에 필요한 법안들을 하고 싶은 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소장은 이낙연 후보에 대해서도 “이 후보의 경쟁력에 대해서 의심스러워하는 친문 지자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잦아들면서 대선 가도가 탄탄해졌다”면서 “이 후보가 전국적으로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했고, 결국 이겼다는 것은 경쟁력이 검증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또 한 번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집권 3년차 총선에서 제1야당이 무너졌기 때문에 한동안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후보에게 패배한 황교안 대표는 통합당의 참패가 확실시되자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우리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제 불찰이고 제 책임”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은 심 원내대표가 임시로 대표 권한을 대행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 실시 등 타개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를 책임 질 구체적인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유승민 의원과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유 의원의 경우 유승민계 의원 다수가 생환했다. ‘중도보수’로 확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해지면 유 의원의 당내 입지는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경우 당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5선 고지’에 오른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 서병수 의원 등도 잠재적인 당권 후보군에 꼽힌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김태호 후보의 향후 행보도 통합당에 큰 영향의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한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당분간은 불가피하다”면서 “다음 전당대회 때까지 비대위 체제가 생각보다 길게 갈 수도 있다. 보수는 이번 선거 이후에 또 한번 격변의 시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