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 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시책을 따르는 이른바 '정권 맞춤형' 투자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체계적인 사업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녹색금융과 자원외교 정책을 따라가는 투자를 진행했다가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구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MB정권의 녹색성장과 자원개발 시책에 따라 투자했던 탄소펀드와 자원개발펀드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 주도 펀드에 대한 투자액 339억원 중 102억원이 손실로 처리됐고, 탄소펀드는 투자한 지 5년이 지났지만 -66%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 사진출처=뉴시스

그는 이어 "수은은 지금도 녹색산업이나 창조경제 등 박근혜 정부의 시책에 따라가는 신규 펀드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정부 사업 실패로 수은이 손실을 입으면 부실을 막기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 시책을 따를게 아니라 사업성을 확실히 평가해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수은은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녹색금융·자원외교를 명분으로 수은이 투자한 펀드 세건이 모두 45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출자 진도도 부진하다"며 "수은이 무리하게 정권 맞춤형 펀드에 투자한 탓에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은이 히든챔피언 프로그램을 부실 운영하고, 수출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지원이라는 정책 금융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오제세 의원은 "수은은 2009년부터 글로벌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선정기업의 34.8%는 매출이 하락했다"며 "체계적인 육성기업 관리를 위해 평가 및 지원 체계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매출 1조원대의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후 2472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법정 관리로 충격을 주고 있다"며 "히든챔피언 인증으로 모뉴엘을 히든폭탄으로 만든 건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수은의 단기대출 집행액은 36조9794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70%를 차지했다"며 "중장기 수출금융에 집중해야 할 정책금융기관이 단기금융 위주로 운영하며 저리 대출로 일반 상업은행과 부당한 경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 역시 "수은의 주요 업무 중에 하나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입과 해외진출 활성화 지원이지만 중소기업 금융지원은 2010년 37.7%에서 올해 8월 말 28.9%로 감소했다"며 "안정적으로 수익성이 확보된 대기업 지원 비중을 높이는 것은 수은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재위는 이날 오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출석 문제를 놓고 파행을 빚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안 사장은 기관증인인 만큼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재위 차원에서 사퇴결의안을 채택한 상황에서 안 사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결국 기재위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한때 회의가 정회됐지만 야당의 양보로 국감이 정상화됐다.

앞서 기재위는 지난 4월 안 사장이 대선 기간당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아 왔다고 비판하면서 안 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