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1대 국회의원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 대패한 미래통합당은 즉각 당대표가 사퇴하는 등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차기 대권가도를 향한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리더십의 공백을 노리는 대권주자들의 도전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차기 국회의장과 당대표 선출 등 빅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금배지를 단 대권주자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정권 후반기 사이클을 앞당길 전망이다.

우선 통합당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와 김태호를 비롯해 오세훈, 정진석, 유승민, 주호영 등이 차기 대선주자 자리를 노려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을에서 승리한 홍준표 전 대표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복당을 선언했다. 그는 16일 “조속히 당으로 돌아가 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겠다. 2022년에 정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겠다”며 “대선은 머릿수가 많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전사들로 스크럼을 짜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승리한 정진석 의원은 이번에 충남지역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해 고 김종필 국무총리의 후계자로도 불리는 정 의원의 이번 당선으로 ‘충청 대망론’에 한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돼 역시 5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은 비록 TK지역구 당선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대구 수성을)를 바꿔가면서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잠룡인 김부겸 의원을 꺾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 백의종군한 유승민 의원은 원내로 진입한 유승민계를 규합해 세력을 형성하고 당권 접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과 합당한 유승민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7석을 확보해 약진했다.

   
▲ (왼쪽부터) 이낙연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연합뉴스

민주당에서는 우선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대표와 맞대결로 ‘미니 대선’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역시 1순위 대권주자로 꼽힌다. 험지로 일컬어지는 강원 원주갑에서 당선돼 10년만에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김두관 전 장관도 대권후보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권후보로 나설지 주목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도 부동의 대권후보로 꼽힌다.

이낙연 전 총리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그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만 40여명에 이르는 등 탄탄한 이낙연계를 다져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3선의 서울시장을 통해 다진 행정 능력을 장점이지만 여의도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점이 늘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계 인사들이 12명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형 강제입원 혐의’에 대한 무죄가 확정될 경우 민주당 내에서 대권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이미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존재감을 많이 드러낸 바 있으며, 이해찬 당대표가 정치축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개헌을 기치로 내걸어 대권 가도에 전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은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누가 개헌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렇게 이번 총선으로 당장 국민 시야에서 사라진 대권주자가 있는가 하면 비로소 기지개를 켜는 잠룡까지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에 오르기 위한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의 대권주자 모두 이번 총선으로 나타난 양당 구도의 재편, 대구‧경북(TK)는 물론 부산‧경남(PK)에서도 뚜렷해진 전통적인 지역구도 부활은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특히 비례 위성정당으로 무너진 연합정치의 실패는 여당에게 더 큰 숙제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은 16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여당에서 차기 국회의장과 당 원내대표, 전당대회를 앞두고 러닝메이트가 형성되면서 대선후보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개헌이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 누가 먼저 명분 있는 개헌론을 불지피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또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의 키를 잡은 동시에 권력 후반기 사이클이 빨라지게 됐다. 국회 운영도 여여 협의로 갈 수밖에 없어보인다”면서 “미래통합당은 이번 선거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총선 패배로 이해 더욱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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