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3요소 인물·구도·바람 실패...유시민 같은 스피커 없었다
중도외연확장 실패보다 지역구 정황 무시한 공천 파동이 문제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4.15 총선 결과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84석에 그쳐 '참패'의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제1야당의 패배 요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2000년대 최고 투표율(66.2%)을 기록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19석을 포함해 103석의 성적을 거두었다.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이 복당해도 110석에 못미치는 107석이다.

이와 같은 통합당 참패 결과를 두고 각종 조간신문에서는 그에 대한 분석으로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당회의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드롭에는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문구가 써있다./사진=미래통합당

동아일보는 지난 17일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를 인용해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생각하고 '보수표만 뭉치면 이긴다고 착각"했다며 중도층 외연 확장 실패를 패배 요인으로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단순한 선거 전략 승패가 아니라 정치 지형 자체의 변화 때문"이라며 통합당 실패 요인을 정치 지형 변화라고 꼽았다. "보수 정권 10년과 문재인 정부 이후 야당의 행태에 대한 실망감이 유권자 의식을 바꿨다"며 "통합당이 '강남·영남·부자당' 이미지에 갇힌 사이 20~40대 마음이 떠났다"고 했다.

이와 함께 통합당의 리더십 부재와 선거의 3요소인 '인물·구도·바람', 즉 공천과 구도 및 이슈 선점에 실패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에 "황 전 대표가 잘못 선임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부터 공천 과정을 잘 조율하지 못했다. 종로 출마 여부로 40여일간 우왕좌왕했다"며 '리더십'과 '카리스마' 부재를 언급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야당은 바람을 일으켜야 하고 바람을 일으킬 인물을 선정해야 하며 그 (공천) 과정 속에서 당의 방향 및 맥락이 읽혀야 하는데 이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정권심판론·조국 사태·경제심판 등 대전략 이슈가 여러 개 있으면 안 된다. 한 가지로 총력전을 가야하는에 이번에는 이슈가 분산됐다"며 구도를 만들어가는 데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의 '유시민' 같이 외곽에서 스피커 역할을 하며 선정한 이슈의 바람을 일으킬 기능도 부재했다"며 "통합당은 상대방이 던지는 이슈와 프레임에 (수세적으로) 끌려다니기 급급했다"고 부연했다.

   
▲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15일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사진=연합뉴스

실제 2017년 대선을 전후로 '보수'를 대표하는 '스피커'는 각종 지상·종편 방송사에서 만나기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친문세력 등 여권 인사, 촛불집회 비판,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 등을 이유로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에 의해 '막말' 낙인에 찍힌 보수 평론가들은 '블랙리스트 11인'에 포함돼 출연이 제약되거나 퇴출 대상에 올랐다.

통합당의 공천 파동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은 통합당 경제자문단 공동단장을 역임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이 '계파 밀실 공천'과 '지역구 정황 무시'로 집약해 설명했다.

오 회장은 '미디어펜'에 "유승민 의원의 '오른팔' 김세연 의원을 앞세운 유승민계 23명 내외, 안철수계 11명 내외, 김형오계 6명, 황교안계 6명, 도합 46명 내외가 나눠먹기식 계파공천을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1년 이상 준비해온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은 생면부지의 지역구로 선거 한달 전에 이동하거나 경선 참여 기회도 없이 배제됐다"고 '계파밀실 파행공천'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례에서 미래한국당 득표가 많았던 것은 계파공천파동만 없었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지역구 정황을 무시하고 결과만 보고 패배 원인을 아직도 중도외연확장이 부족한 탓으로 돌려 당을 더 좌클릭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한민국에 자유 우파 정당을 없애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심지어 패장과 계파공천 책임자들을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운운하는 데는 할 말을 잃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통합당 패배 중요 원인으로 '천문학적안 코로나 현금 살포'를 주목하기도 했다.

오 회장은 "때마침 불어닥친 코로나 위기로 2000여 만 가구 중 70%인 1400여 만 가구에 소득 수준에 따라 180~320만 원 도합 20조원 내외의 막대한 현금을 살포했다"며 "물론 재난구호이지만 때마침 선거를 앞두고 추경예산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미리 앞당겨 지급을 예악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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