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달 폭락 이후 이번 달 들어 대다수 업종의 주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증권업종의 반등 속도가 유난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증권주 실적악화 우려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코스피가 반등 장세에 돌입하면서 약 1개월 만에 1900선을 회복하는 등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도 증권업종에 속한 종목들은 유독 회복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산업별 지수 22개 가운데 올해 4월 들어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지수는 증권 업종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코스피 증권업종 지수는 2월 말 대비 4.42% 상승했을 뿐이었다. 

평소대로라면 4.4% 상승률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달 장세는 지난 3월 폭락장의 반등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난 3월 증권업종 종목들은 월간 기준 12.09% 급락한바 있다.

증권주가 4% 남짓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9.19% 상승해 1910선을 회복한 상태다. 운수·창고 업종의 경우 22.34% 급등했으며 섬유·의복(17.27%), 보험(16.46%), 건설(15.28%), 화학(13.33%) 등도 나란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유독 증권업종만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부진은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포맥스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증권업종 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불과 1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55.03%나 급감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추정치도 24.39%, 영업이익 추정치는 51.88% 각각 급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증권업종에 전 방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출장 제한 등 코로나19가 증권사 투자은행(IB) 분야나 자기자본투자(PI)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업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지수가 폭락하면서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근 증권사들의 큰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증권에도 차환 리스크가 발생했다. 즉, 아직까지 새로운 수익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수익모델에 적신호가 켜진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내달 4일부터 사상 최초로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일반 증권사에 대해서까지 시행하기로 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실질적인 수혜를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은의 이번 대책이 증권사 기업어음(CP)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등으로까지 연결된다면 더욱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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