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김정은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안보냈다”며 반박했다. 북미 간 난데없는 진실공방이 벌어진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북지원으로 북미 간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시작된 이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처음이고, 특히 북한은 “조(북)·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외교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언이 과거 ‘김정은 친서’를 과장했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방역 물품 대북지원을 논의하면서 과거 김정은 위원장에게 받은 친서를 언급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19일 미국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으로 조사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들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주지사들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구나 이 여론조사에서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과 관련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대통령(42%)보다 앞서고 있다. 비록 지난 3월 조사 때보다 격차가 다소 줄어들어 아직까지 바이든이 ‘트럼프 대항마’로서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역 프리미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발언을 부인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과장이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해설을 달지 않았다.

   
▲ 지난 18일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 축하메시지에 서명하는 사진./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따뜻한 편지가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도 “최근 김 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북한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간 통화에 대해 여당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내 친구’라는 표현을 썼다. 또 여러가지 레토릭을 붙여서 축하한다는 표현을 통화 내내 했다”고 말했다. 

이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총선 승리를 축하는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도 부각시키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2차례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해 김 위원장을 모두 세차례나 만난 것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한미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인도적 지원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하지만 마스크와 손소독제 수준을 뛰어넘어 당장 진단키트 지원에도 대북제재 문제가 걸려 있었다. 최근 미 재무부가 북한과 이란 등 제재 대상국에 진단키트와 산소호흡기,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PPE), 의약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그동안 인도적지원을 하겠다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북한의 반응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북한과 방역 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문제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에 달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발언에 즉각 반박한 북한이 북미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발언이 알려지자 북한 외무성은 이날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의 담화를 내고 “미국 대통령이 지난 시기 오고 간 친서들에 대해 회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며 “우리는 사실무근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는 미국 지도부의 기도를 집중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팬데믹 상황에서도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북한이 이제 와서 한미의 인도적 지원을 받을지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 “의료실태에 가슴 아팠다”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의료기기 허용 정도의 대북제재 완화를 바라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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