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카드·심재철 월권행위·토론 배제 여론조사에 당내 불만 폭발
청년 정치 몫 요구...김종인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능하지 않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당 수습 지도체제 결정과 관련해 한동안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인 비대위' 결정에 대한 내부 반발에 이어 '거짓말' 폭로까지 나온 것이다.

통합당은 22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거쳐 당 체제를 조속히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21일) 20대 국회의원과 21대 당선자 142명(34명 중복 제외) 중 연락이 되지 않은 2명을 제외한 140명에 대해 전화를 돌려 의견을 취합했다"며 "그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였다. 김종인 비대위로 가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조경태 최고위원./사진=미래통합당

이어 심 대행은 "의견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지 한 표라도 많은 쪽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조사 해본 결과 과반 넘는 의견이 나와 비대위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은 언론 전화 인터뷰에서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 찬성이) 과반이 될 수가 없다"며 이같이 폭로했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한 비율은) 40%대 초반이며 반대는 30%대, 기타는 18% 정도였다"며 "기타에는 '김종인 체제'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사람을 하자거나 전당대회를 잘 치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최고위원은 정확한 설문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점에 대해 "감추고 싶으니까 공개를 못한 것"이라며 "과반을 넘지 못해서 공개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끄는 '관리형 비대위'를 거듭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 결정에 대한 당내 불만과 반발은 이미 여러 차례 표출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5선에 당선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심재철 대행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조속한 당선자 대회의 개최"라고 주장했다.

   
▲ 심재털 당대표 권한대행은 22일 오전 최고위 직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당내 갈등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 결정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심 대행의 '월권행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의 사례를 들어 당선자 개최를 통한 새 원내대표 선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총선에 불출마한 김영우 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다. 창피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라며 "그것도 위원장의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라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대체 당이 이제 집으로 가게 될 당 최고위원들의 사유물이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총선 참패의 원인, 보수당의 현실, 가치와 미래 방향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라며 "21대에 당선된 또 낙선한 3,40대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나 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과 함께 당내에서는 '당 해체'를 주장한 김세연 의원을 필두로 '830 세대론'도 대두되고 있다. 나아가 당내 3040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청년 비대위' 구성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잠재적 '세대 갈등'이 표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천하람(34·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김재섭(33·서울 도봉갑) 전 후보, 조성은(32) 전 선대위 부위원장 등은 이르면 오는 23일 '청년 비대위(가칭)'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들은 당이 수습 방안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결정할 경우 '청년 비대위원'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 (왼쪽부터)천하람 전 후보 조성은 전 선대위 부위원장 김재섭 전 후보./사진=미래통합당

이들은 김 전 위원장이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혁신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근거로 그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경우 자신들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이들에게 "당이 쇄신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재섭 전 후보는 '미디어펜'에 "(청년 비대위는)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당 수습 방안에 대해서는 "보수 철학을 얼만큼 좋은 통치철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고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당내 '중도' 주장에 대해서도 "보수를 탄탄하게 뿌리를 잡고 얼마나 호소력 있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지, 지금의 이념을 버리고 새로운 철학으로 대신 하는 것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이상밖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통합당이 공천 과정과 총선에서 '청년 정치'를 레토릭으로만 활용했다는 비판은 당 수습 모색 과정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세연 의원 등이 주장한 '830세대' 당 주도론에 대해 "여러 접촉을 해봤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능하지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또는 조기전대 갈등에 이어 '청년 정치인'과의 세대 갈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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