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태설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다음날인 22일에도 북한매체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신변 이상설을 부정할 증거가 없다. 하지만 중태설을 주장하는 여러 지점을 분석해볼 때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먼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는 ‘극비 정보’이다. 대개 모든 국가수반이 그렇지만, 폐쇄적인 북한에서는 특히 김 씨 일가에 대한 소문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으며, 조직지도부 등 비밀조직이 간부들을 감시하고 있어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하기 전 정보가 새나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이번에 알려진 것처럼 만약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보는 최측근의 극소수만 알게 된다. 부인 리설주 여사와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 ‘김 씨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김 위원장의 ‘비선 실세’에 해당하는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정도이다. 물론 근접 경호원과 집도한 의사도 포함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심혈관 시술을 보도한 국내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NK 기사에서 구체적인 건강 상태는 물론 시술을 집도한 의사와 병원 등이 상세하게 공개되고, 소식통의 전언까지 있다는 것은 오히려 진위 여부를 가릴 때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80여일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때에도 대다수 간부들은 상당 기간동안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 내부에서 ‘김경희 유고설’이 퍼졌고, 이후 유언비어를 퍼트린 사람을 대대적으로 색출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다음,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한 기사에 등장하는 병원도 북한 전문가들은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해당 기사는 ‘묘향산지구 향산진료소’에서 김 위원장이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의료시설이 잘 갖춰진 평양을 두고 지방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묘향산은 1994년 여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김 주석이 남한 정상이 묵을 묘향산초대소를 미리 둘러보느라 들렀다가 심근경색을 일으켰지만 폭풍우로 평양까지 이동이 어려워서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북한에서 간부들이 진료받는 병원은 평양의 봉화병원과 남산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주민과 간부가 이용하는 병원도 구분된 북한에서 특히 최고지도자라면 최고 수준의 주치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해당 기사에서처럼 증세가 다급한 김 위원장이 굳이 주치의나 간부들이 이용하는 병원을 두고 일반주민이 이용하는 병원의 외과의사로부터 시술을 받았다는 점도 납득이 안된다. 

   
▲ 북한 노동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와 관련해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도 22일 ”폐쇄적인 북한에서 그 정도로 빠르고 디테일하게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번 ‘김정은 위중설’이 해프닝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3일 만에 중태설, 굉장히 구체적으로 뇌사 상태라는 정도로 나온다면 그 정보력은 어마어마한 정보력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그 정보원을 수백만 달러를 들여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21일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이런 정보를 미국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에도 미국은 물론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모른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무도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그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CNN이 보도를 내놓을 때 그것에 너무 많이 신뢰를 두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김 위원장이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를 봤지만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공식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그의 체중을 볼 때나 연설하고 걸을 때 호흡이 가빠진다는 점에서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설이다. 특히 부친과 조부인 김정일 위원장과 김일성 주석 모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기족력이 있는데다 음주와 흡연까지 하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면 심혈관계통일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처음 보도한 기사에 대해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오히려 위중설을 중폭시킨 CNN 방송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음모론도 대두된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이 모든 의혹은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재개하기 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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