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뇌사설 찌라시로 시작돼 국내언론의 수술설 보도로 이어지더니  21일 미 CNN방송의 위독설 보도로 일파만파 증폭됐다. 북한매체는 23일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동정 소식을 사진없이 내보내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외부 공개활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논란은 그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젠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언급한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에도 북한이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점도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잠행은 길어질 수 있다. 

그가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거나 수술을 받았다면 당분간이든 장기적으로도 나타날 수 없다. 그것이 아니라 아무런 문제가 없었더라도 그는 언제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독재자이다. 그는 집권한지 2년만인 2014년에도 40일동안 북한매체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다시 등장한 뒤에야 그가 발목에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지금 김 위원장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탄탄한 입지를 굳힌 상태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할아버지 생일 참배를 건너뛰거나 휴식을 위해 공개활동을 중단하고 은둔할 정도의 권력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정상국가라면 국가수반의 은둔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김일성 생일’처럼 국가의 최대 명절에 관례대로 해오던 참배를 건너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참배를 건너뛰었다면 더욱 김 위원장의 근황을 알리는 것이 당국과 언론이 할 일이었다. 독재자의 리더십은 그 체제의 존망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은둔이 위독설로까지 확산돼 논란이 된 것 자체는 현재 북한이라는 국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매체를 통해서만 김 위원장의 활동이 포착되는 폐쇄적이고,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관영매체만 있어서 언론보도의 신뢰도는 낮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 속에서 김 위원장이 잠행에 들어갔으니 갖가지 관측이 나올게 뻔했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 최대 행사에 아무런 설명없이 빠진 것은 또 다른 관례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의 아버지 ‘김일성 생일’에 참배한 것이 고작 3회에 불과했다고 통일부가 23일 밝혔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소위 ‘태양절 참배’를 처음 건너뛰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동안 북한 뉴스는 오보로 점철됐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CNN이 2014년 보도한 ‘김경희 사망설’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는 지난 1월 말 평양에서 열린 설맞이 공연에 김 위원장 부부와 김여정 당 1부부장과 함께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이런 오보 사태는 크로스체크가 안되는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번에 CNN에 대해 미 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편집장 해리 카자니아스는 “단 한 곳의 말만 믿고 쓴 건 기사도 아니다. 그것은 쓰레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 뉴스를 단 한명의 소식통 전언으로 써야 하는 경우는 담당기자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소식통 전언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당 부장이 경질 위기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는 장성택이 ‘2인자’로 불리면서 김 위원장 대신 중국에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후 장성택은 수개월 뒤인 2013년 12월12일 전격 처형되면서 오보를 비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뉴스를 다루는 대부분의 기자들은 북한의 최도지도자와 그 가족의 뉴스는 쉽게 쓰지 못한다. 김씨 일가의 소식은 극비 정보이다. 일반 주민들은 이와 관련한 소문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으며, 조직지도부 등 비밀조직이 간부들을 감시하고 있어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하기 전 정보가 새나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의 최고지도자 건강은 동북아 안보지형의 초대형 돌발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통해 탈북자 3만5000명 시대에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배출한 상황에서 ‘스타’급으로 유명해진 탈북인사들의 책임 있는 역할도 촉구하고 싶다. 탈북자들을 가리켜 ‘미리 온 통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탈북자 모자의 죽음’에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했고, 정부도 이 사건을 외면하지 못했다. 남한주민들 중에 그런 안타까운 사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남한의 대북 정보력이 미국, 일본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는 것도 탈북자들이 많은 사회의 특성이 한몫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유명 탈북인사들이 선정적인 유튜브 콘텐츠를 쏟아내는 것은 지양되길 바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