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내 경기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장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증권 리포트에서 ‘목표주가 하향’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사인을 거의 내지 않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상황은 앞으로 진행될 장기적 침체의 전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보고서 가운데 상장사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들이 속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현재까지 증권사들이 내놓은 275개 종목 보고서 가운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종목은 불과 17개밖에 없었다. 반면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종목은 무려 239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전체 종목 보고서 중 80% 이상이 목표가를 낮췄다는 의미다. 국내 증권사들이 여간해선 목표주가를 낮추지 않는다는 관행을 고려했을 때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그만큼 클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중순 1400선까지 내려가며 저점을 찍은 코스피는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32%의 반등세를 기록했다. 코스닥의 반등세는 더욱 뚜렷해서 해당 시점 대비 51% 급반등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낙폭을 전부 회복했다고 볼 순 없어도 속도 면에서 빠른 시일 안에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올 법도 하지만 실제 상장종목 분석은 훨씬 보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목표주가가 오른 종목들의 대부분은 ‘코로나19 수혜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의료, 택배, 5G장비 관련 기업 등 코로나19가 오히려 실적에 도움을 준 케이스들이다. 반면 향후 실적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종목들의 경우 지난 한 달간 주가가 반등했어도 목표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두산솔루스, 한화손해보험, 현대상사, 효성화학, 현대로템 등의 종목들이 그 사례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와 대비된다. 당시 증권사들은 기업실적 전망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가를 상향해 업계 안팎으로 뜨거운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가시화된 지난 2018년 10월에도 코스피 2000선이 붕괴하면서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들이 팽배했지만, 이때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지 않고 오히려 회복시점을 이르게 예측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와서 달라진 분위기는 그만큼 코로나 사태가 줄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동시에 보고서를 내놓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자세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국내 증권사 소속의 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경제적 타격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증권사들도 지나치게 긍정적인 경향이 있었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점점 현실을 더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보고서를 내놓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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