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여성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이 1년 동안 지속된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4일 KBS 보도에 의하면 조혜연 9단은 지난해 4월부터 한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기 시작해 그 피해가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조 9단은 스토킹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토커 처벌법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까지 했다. 

조혜연 9단은 2002년 세계여자바둑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통산 5번이나 우승한 국내 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지난 10일에는 여자 프로기사와 만 50세 이상 남자 프로기사가 겨루는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하기도 했다.

이런 조혜연 9단이 스토커에게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자신이 사범으로 있는 바둑 교습 학원에 나타난 이 스토커는 조 9단이 전혀 모르는 사람임에도 '사랑한다' '보고싶다' '우린 결혼할 사이' 등 횡설수설하며 접근했고, 학원 외벽에 온갖 낙서를 일삼으며 조 9단을 1년동안 지속적으로 찾아와 괴롭혔다고 한다.

   
▲ 조혜연 9단이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토킹 피해를 보도한 KBS 기사를 공유했다. /사진=조혜연 페이스북 캡처


조 9단은 스토커의 학원 내 난동으로 어린 수강생들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달 초 조 9단의 학원에 난입한 스토커는 자신이 애인이라고 주장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피웠다. 조 9단은 KBS와 인터뷰에서 "이를 목격한 10살 수강생은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적 외상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중학생 제자는 놀란 나머지 시력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조 9단은 2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스토킹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렸다.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청원글에서 조 9단은 "4월 7일,8일,9일 연속으로 나타나서 저와 제 주변인에게 갖은 욕설과 고함, 협박 및 모욕을 하여 제가 형사고발하였습니다. 어제인 22일 밤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쳤습니다. 경찰에 세 차례 신고했으나 결국 통고조치 벌금 5만원, 사실상 훈방조치하였고 해당 스토커는 오늘인 23일도 제 사업장에 나타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며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를 나열하면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현행 스토커처벌법이 너무 경미하고 미약한 처벌을 해서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스토킹 피해자는 정신적 외상, 불안한 심리상태, 주변인에 미치는 피해 및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립니다"라며 "국회 차원에서 스토커처벌법을,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강력범죄로 다뤄주셨으면 합니다. 최소한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희는 지옥 같은 나날을 살게될 것입니다"라고 스토커 처벌법 강화를 요청했다.
  
조 9단의 청원글에는 하루만인 24일 오후 6시 현재 1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조 9단은 개인 SNS를 통해서도 자신의 스토킹 피해 상황과 청와대 청원글 게시 사실을 알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를 바랐다. KBS는 조 9단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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