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김경수·송철호 등 PK 광역단체장 모두 법정행
민주당, 민심 추스르기 나섰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싸늘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깨고 부산·경남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되면서 지역의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PK 지역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두 사람이 정치적 기반을 쌓은 곳이지만, 지역 자체가 보수 성향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민주당에게는 험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PK지역 광역단체장을 모두 휩쓸었다.

   
▲ 지난 2019년 6월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관련 면담을 위해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진보진영 인사지만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해 부산에 연이어 출마했고, 결국 3전4기만에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결국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지난 23일 시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스스로 강제 추행을 시인한 만큼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다.

시장과 국회의원 등 울산지역 선거에서 무려 8번을 패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9번째 도전만에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도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을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겼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지사직은 물론이고, 김 지사의 정치적 생명 자체도 위태로울 수 있다.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1대 총선에서도 PK지역 40석 가운데, 겨우 7석을 얻으면서 사실상 ‘참패’한 가운데, 지역의 광역자체단체장들이 모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PK지역 민심의 이반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듯 민주당은 24일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와 부산 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최대한 빨리 윤리위원회를 열어 납득할 말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선출직 공직자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근본적이고 엄중한 단속조치를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4·15 총선에서 PK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두관 의원은 SNS를 통해 “오 전 시장에 대한 처벌은 법에 따라 엄정히 이뤄지겠지만 본인이 사실을 인정한 만큼 민주당의 제명 조치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시정 공백이 우선 걱정인데 권한대행과 시의회가 협조해 차질 없이 시정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며 “이런 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진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영춘 의원 역시 “부산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과거 시장 선거에서 그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사람으로서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싶다”며 “민주당 부산 정치인들은 모두 죄인 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 내년에 치러질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도 고민거리다. 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 등 부산지역 당선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지 1년 만에 재보궐 선거를 출마하기에는 많은 부담감이 따른다. 김영춘 의원 역시 부산시장 출마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아예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아고 있다. 송갑석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저희 당 귀책사유로 발생한 일이라서 정치적으로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할 때는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한편,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오는 27일 회의를 열어 오 전 시장 제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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