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자처 김종인, '40대 기수론'..."총리직 노리나"
차기 당권·대권주자들 김종인 체제 반대 목소리 솔솔
정통 보수층, 경제민주화 거부 반응도 "보수 정당 종말"
[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선거운동 총사령관이었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다시 한번 부활시킨다.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온 김 전 위원장이 '킹메이커' 등극과 동시에 '100세 시대' 차기 총리직을 노리게 될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김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오는 2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의결할 방침이다.

김 전 위원장의 '전권' 및 '(대선 전까지)무제한 임기' 요구에 대해서는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어 '김종인 카드' 불발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당의 가치와 방향을 상실한 주체들이 선거 참패 원인 제공자를 재호출해 자신들이 자초한 '비상 상황' 대표직을 맡기다는 것 자체가 책임 의식이 없다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의 당 장악을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 4.15 총선 통합당의 선거운동을 총괄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통합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사진=미래통합당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의 사실상 '종신직 짜르 체제' 요구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라며 의문을 품는 눈치다. 통합당이 '비상 상황'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2022년 대선 전까지의 임기 보장은 사실상 당을 21대 국회 절반 동안 '비상 상황'으로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의 요구는 자유민주체제 정당에서는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얻을 수 있었다. 그가 "70년대생 경제통 대선후보를 만들겠다"며 '킹메이커'를 자처한 것이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 대해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김 전 위원장의 전권·임기 무제한 요구는 그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본인이 오랫동안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어야 원하는 대선주자를 세워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그에 따른 과실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실'이란 "총리직을 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차기 당권'을 바라보는 내부 인사의 반발과 '자유시장' 가치를 지향하는 정통 보수 지지층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반발이 극심하다. 심지어 '40대' 연령을 제한하고 '끼워맞추기' 식으로 대권주자를 '만들겠다'는 김 전 위원장의 계획에도 "무리수"라는 목소리와 '80 노인이 세대교체를 운운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조 최고위원은 "김 전 위원장이 진정 통합당을 위한다면 무리한 권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헌당규의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조 최고위원의 성명에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무슨 통합당 대표가 되기 위해 추구하는 사람인 줄 아느냐. 실질적으로 정치에 흥미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 갈등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 교수는 '미디어펜'에 김 전 위원장의 입장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통합당 인사들을 향해서도 "선거실패를 가져온 선대위원장을 패전 극복을 위한 대책위 리더로 그대로 앉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코메디'"라며 "(김 전 위원장 영입으로) 외관상 몇몇 조치는 시늉을 내겠지만 퇴물적 위장적 '좌파보수'들은 견고히 남겠다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교수는 "외부의 정통 보수 지지층만이 '순정파의 열망'을 갖고 당과 '정통 보수'의 재건을 원하는 것이지 당내 인사들은 '꼴찌당'이든 '소수당'이든 '야당'이든 오직 제 '개인의 당선'만이 지상 목표이며 다음 공천 및 당선 기회를 기대하며 현 체제를 '일단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경제민주화'의 김 전 위원장이 주장하는 '70년대생 경제통' 에 대해서도 격렬한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권주자가 나오면 그 나이에 따라가는 것이지, 나이를 '40대'로 딱 잘라놓고 대권주자를 만드는 사례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경제통'이라는 것은 결국 '경제민주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며 "보수 정당의 종말"이라고 우려와 비판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편, 차기 대권주자를 자처하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내세우는 '40대 기수론'에 부적합한 유승민 의원은 지난 24일 밤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차기 대선이 '마지막 꿈'이라며 당초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기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통합당 전신)도 김 전 위원장이 '70년대생 경제통 대선후보론'을 강화한 이후부턴 "지도부 총사퇴하고 당선자 대회에서 당내 고문들 중심으로 비대위를 짜는 것이 좋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홍 전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이같이 말하며 "최근 노욕에 찬 발언 내용을 보니 당을 수렁으로 몰고 가는것 같아 그 사람은 절대 용인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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