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4.27판문점선언이 나온지 2주년을 맞았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남북 간, 또 북미 간 정상끼리 주고받은 친서를 빼면 남북 대화나 북미대화 모두 중단됐다.

남북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1차 정상회담을, 그해 5월 26일 판문점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같은 해 9월 19일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미는 그 사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회담 도중에 결렬되면서 지금까지 대화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있었지만 역시 결렬됐고, 김 위원장은 그해 4월 ‘새로운 길’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충격적 실제 행동”을 언급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코로나19와 관련해 친서를 교환했다. 이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관계 구상과 코로나19 협력 의사를 담은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두차례 정상통화를 갖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 북한에 방역과 의료 물품을 지원하면서 대화를 복구하고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은 이날 판문점 인근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남북 간 독자적인 협력사업 추진을 선언했다. 때마침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뒀고, 정부도 남북협력사업에 다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는 올해 11월 미국에서 있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기 전까지 남북대화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선거를 앞두고 ‘북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고, 지금으로서는 현 상황 유지가 최선일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와중에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 참배에 불참한 이후 27일 현재까지 보름동안 잠행 중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수술설, 위독설, 사망설까지 나온 상태로 이번주가 이런 확인되지 않는 ‘설’들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계기로 남북 철도연결사업을 다시 띄웠다. 이날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이 개최됐다. 동해북부선 중 남측 지역에서 연결돼 있지 않은 구간인 강원도 강릉에서 제진 사이를 잇는 철도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동해북부선 건설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돼왔던 남북 철도연결사업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서도 ‘10.4선언에서 합의된 동해선,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의 연결과 현대화 문제를 협의하자’고 약속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별관광’ 추진 의지를 밝혔고,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남한주민의 개별관광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과 협의에 나선 일도 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봉쇄한 상태이다.

27일 정부는 지난 판문점선언 1주년 때와 마찬가지로 ‘나홀로’ 기념식을 가졌다. 지난해 1주년 기념식을 판문점에서 축하공연 형태로 연 것에 비해 이번에는 ‘철도 연결’이라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변고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사업도 대기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미 대선 이전까지 현상유지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변하지 않으면 남북대화도 없다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의지에 호응해 나올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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