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KB증권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147억원을 공시하면서 업계 파장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도 1분기 연결기준 당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1% 급감한 467억원에 그쳤다.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가 점점 가시화되면서 최악의 실적을 공시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들의 실적악화 예측이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 증권사이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이기도 한 KB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147억원을 기록해 작년 1분기 당기순이익 873억 원에서 ‘적자전환’했다고 최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실적악화에 대해 회사 측은 1분기 중 글로벌 주가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운용손실이 발생했고, 라임자산운용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와 관련해 평가손실(약 400억원)과 일회성 충당금(약 190억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나비효과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초대형IB 신규진입을 목표로 했던 신한금융투자 역시 1분기 연결기준 당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1% 급감한 467억원에 그쳤다. 역시 코로나19 여파다. 신한금투 측은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기매매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하나금융투자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5.2% 감소한 467억원의 1분기 연결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른 회사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실적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324억원으로 제시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72.3%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67.5%),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96.2%), 키움증권(-71.4%), NH투자증권(-81.2%) 등도 어마어마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업계 긴장감이 올라가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막겠다는 추지다. 이미 지난 3월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라 증권사들이 ELS 자체 헤지를 위해 사둔 파생상품 등에서 증거금을 더 내라는 요구(마진콜)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지적된바 있다. 

작년 한 해 국내 증권사들의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역대 최대인 129조원을 기록한바 있다. ELS 발행액만 놓고 봐도 역대 최대 수준인 약 100조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업계 호황이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와 함께 갑자기 끝나버린 모양새”라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적자를 공시하는 케이스가 많아지면 전반적인 업황이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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