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강남 진출 사활…향후 수주전 변수될수도
   
▲ 호반건설 본사 전경 /사진=호반건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호반건설이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호반건설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수주전에 참가하며 강남 재건축 사업에 본격 입성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신반포15차 시공사 선정총회에서는 삼성물산에 승기를 내 줬지만, 졌어도 진 게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호반건설 3사가 시공권을 두고 경합을 별였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총원 181명 가운데 166명(서명포함)이 참여한 투표에서 126표를 획득해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호반건설은 22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18표를 획득한 대림산업이었다. 

시공사 총회 이후 업계는 놀란 눈치다. 당초 신반포15차 수주전은 건설업계 1, 3위(2019 시공능력평가 기준)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양강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강자’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를 통해 5년여만에 정비사업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또 대림산업은 강남 일대에서 ‘아크로’ 브랜드를 앞세워 하이엔드 주거 시장을 이끄는 강자로 군림 중이다. 

총회 전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은 아파트 브랜드력에 밀려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가치 역시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 호반건설은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업계 3위 대림산업을 제치고 2위에 오르며 전국구 건설사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호반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갖가지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먼저 390억 원의 무상품목을 포함한 2513억 원을 공사비로 제시했다. 이 단지 시공이익(추산)이 250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140억 원가량의 역마진을 떠안을 수 있는 조건이다. 

사업비 대출이자 역시 시공권을 획득한 삼성물산(1.9%)이나 대림산업(1.5%·양도성예금증서) 대비 현저히 낮은 연 0.5%를 약속했다. ‘분양 시기 선택제’를 도입해 조합원들이 공사비나 사업조건 변경을 안 하고도 선분양, 후분양 중 유리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 튼튼한 재무구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조건들이다. 호반건설은 빚을 최소화하는 ‘무차입 경영’과 누적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90% 분양률’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치밀한 재무관리를 해 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의 자본 총계는 3조4000억여 원, 부채 총계는 약 53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15.6%에 그친다. 건설사 대다수의 부채비율이 20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이번 신반포15차 수주전에 내걸었던 조건들은 단순한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호반건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강남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향후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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