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된지 14년 만에 한국씨티은행장에서 물러나는 하영구 행장이 차기 행장을 위해 자신이 직접 국정감사에 나서는 마지막 배려가 화제다. 

씨티은행은 27일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진회 수석부행장을 하영구 행장 후임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같은 날 하 행장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40억원을 해외용역비로 지출해 국부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종합 국정감사 증언대에 선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당초 씨티은행은 지난 22일 KB금융지주 새 회장 내정 직후 행추위와 주주총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 행장이 "국감 전에 신임 행장이 선임되면 첫 출근을 국회로 하게 된다. 자칫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해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박 부행장에 대한 하 행장의 세심한 배려다. 박 부행장은 2002년 한미은행 부행장 부임 후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부행장 자리에서 하 행장과 호흡을 맞췄다.

사실 다섯 차례에 걸친 연임으로 `직업이 은행장`이란 별칭까지 얻은 하 행장에게 KB금융지주 회장직은 사의 표명까지 하면서 배수진을 친 또 다른 도전이었다.

최종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외부 출신인 하 행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고배를 들었다.

외부 출신 회장 선임에 적대적이었던 KB금융 내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예상외 선전이었다.

하 행장은 최종 결과가 나오자마자 윤종규 내정자에게 곧바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본인 지지자들에게도 씨티은행은 물론 KB금융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