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은행들이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지 않아 SOC 투자에 미온적이었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상황이 바뀐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4일 '제2경인연결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총 7232억원 규모의 금융주선을 완료하고 재무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 사진출처=뉴시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강릉 화력발전 프로젝트인 'G프로젝트'와 신삼천포 화력발전의 금융주선사로 선정되는 등 또 다른 대형 SOC 사업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신삼천포 화력발전의 차입금 조달을 위한 공동 주선사로 선정됐으며, 지난 5월에는 교보생명과 함께 제2영동고속도로 자금 재조달 공동주관사로 참여해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하남 미사 집단에너지 투자사업과 보령 LNG 터미널 투자사업 등 굵직한 SOC 사업의 금융주선사를 맡아 금융 조달을 마쳤다.

기존 SOC 투자는 대부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위주로 이뤄져왔다. 수익성이 높지 않아 시중은행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만큼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로 낮춰진 이후 올해 10월엔 2.0%까지 낮아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SOC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회사채 등 장기채권 금리보다 1~2% 가량의 수익이라도 더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금융주선사로 참여하게 되면 이에 대한 수수료 수입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전부터 은행들은 국가 기간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는 수동적인 역할이었다"면서 "최근에는 은행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빅딜(큰 사업)에는 일부러 참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이어져 투자은행(IB) 업계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가 주도 사업은 안정성까지 갖춘 훌륭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익성을 중시한 투자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안정적인 투자를 하려고 한다"며 "SOC사업의 경우 정부가 뒤에 있으니 안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경향 탓에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수익이 조금밖에 나지 않더라도, 이에 투자하려는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