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당 양정숙 제명했지만, 민주당 부실검증 비판 직면
이해찬 '함구령'에도 송영길 '개헌' 주장, 부적절 지적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이후 연일 터지는 악재로 곤혹을 겪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부동산 탈루 의혹으로 부실검증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과 합당을 앞둔 시민당은 29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부동산 명의신탁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양 당선인에 대한 소송 형태와 내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전날 양 당선인을 제명한데 이은 후속 조치다.

변호사 출신의 양 당선인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등 총 5채의 부동산을 비롯해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4년전 총선 때 신고한 재산보다 43억원이 늘었는데, 재산 증식 과정에서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하고 명의신탁 등으로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된 진경준 전 검사장 반론 참여, 정수장학회 임원 등 각종 의혹이 연달아 제기됐다.

   
▲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당 윤리위원회는 제명을 의결하면서 “허위자료 제출 의혹, 검증 기망 사안, 세금탈루를 위한 명의신탁 의혹 건은 현행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최고위원회에 형사고발을 건의하는 바”라고 밝혔다.

양 당선인은 시민당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본래 민주당 소속인 만큼 민주당과 상의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8일 시민당 윤리위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민주당 출신이니 민주당하고 합당하고 돌아가서 민주당에서 의논해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에서 당선된지 2주일도 안 돼 당선인을 제명한 것도 강력한 조치인데,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만큼 민주당과 시민당 측이 양 당선인과 관련된 의혹을 엄중히 인식하고 조기 수습에 나섰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양 당선인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은 민주당과 시민당 모두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 당선인은 애초 민주당이 자체 비례대표 5번 후보로 세웠다가 시민당 15번 후보로 파견한 인사다. 그가 이미 4년 전에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증을 할 시간도 충분했다. 민주당과 시민당이 양 당선인 문제를 총선 전에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추행을 저지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시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양 당선인 문제도 총선 때문에 의도적으로 소극적인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거돈 건도 그렇고 양정숙 건도 그렇고 총선이 끝나기 전까지 사건이 성공적으로 은폐됐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위험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 지난 2019년 6월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관련 면담을 위해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원들의 독자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 27일 개헌을 거론하면서 불을 지폈다. 대통령 중임제와 책임총리제라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했다. 이는 이해찬 대표가 ‘개헌 함구령’을 내리면서 연일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산하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행보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조차 21대 국회 개원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국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야당이 되자마자 개헌을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태년 의원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 개헌을 이야기해서 정쟁의 도구가 된다는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부겸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이해찬 대표가 이야기한 대로 워낙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과제들이 심각한 게 많은데 개헌 논의나 이렇게 가버리면 모든 게 빨려가지 않겠느냐 우려하시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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