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급 사이 '김종인 비대위' 반대 목소리 특히 거세
"심재철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의견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로 충격에 빠진 보수 진영과 당을 '김종인 카드'로 또 다시 지리멸렬한 수렁에 빠트리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당의 '보수 재건' 의지마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통합당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전국위원회를 개회해 전체 629명 전국위원 중 과반 이상인 330명이 참석, 177명의 찬성표와 반대 80표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8월 전당대회 일정 변경과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을 위한 당헌 개정이 불발되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4개월 임기' 조건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비대위 출범은 또 다시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당이 대선을 치를 준비가 될 때까지는 충분한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선결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당은 이날 오후 전국위원회에 앞서 상임전국위를 열고 당대표 선출 일정을 변경하려 했지만, 상전위원 45명 가운데 17명만 출석, 과반수 미달로 성원을 채우지 못해 당헌 개정은 무위로 돌아갔다.

   
▲ 미래통합당이 지난 28일 제1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시켰다./사진=미래통합당
전국위 과반으로 결국 8월까지 가동되는 '관리형 비대위'가 의결되기는 했으나 제약 없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제동을 걸었던 것은 일부 중진 의원들의 '사전 물밑 작업'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당권 및 대권을 노리는 '중진'과 유력 인사들은 김 전 위원장이 '40대 경제 대통령 후보론'을 들고 나오자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권 장악과 대권 로드에 김 전 위원장이 '껄끄러운' 존재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총선 직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환영 의사'와 대선 도전의 뜻을 밝혀왔다. 이에 일각에선 "보수 회생보단 본인 대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도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세대교체와 40대 기수론을 강력하게 주장하자 즉각 스탠스를 바꿔 김 전 위원장의 과거 '부패 전력'을 폭로하는 등 '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 무산은 장기적으로 참 잘한 결정"이라며 "김종인 씨는 자신의 부패 전력을 숨기기 위해 끝없이 개혁으로 포장하면서 당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장제원(부산 사상) 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며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서 자연스럽게 수습을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5선에 성공한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과 3선 고지에 오른 김태흠(충남 보령·서천)·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은 줄곧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해왔다. 조 최고위원은 전국위 직후 "상임전국위가 무산됐기 때문에 전국위도 열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이 당의 진로를 두고 갈등을 거듭하자 일각에선 "보수 진영과 당의 수습보단 '뱃지' 본인들 인생 챙기기만 급급하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당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당권·대권 주자로 성장할 생각은 않고 경쟁자가 비대위원장 되면 본인들이 당권·대권 경쟁에서 밀릴까봐 언제나 외부수혈을 선호하며 경쟁 없이 안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함과 동시에 '내부 인사 옹립론'에도 일침을 가했다. "꼭두각시 내세워 줄세우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28일 오후 8시 50분께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자택 앞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심 대행은 김 전 위원장 자택 앞에서 그의 귀가를 약 30분간 기다렸다./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극심한 내부 반발에도 김종인 비대위를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의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 대행은 전국위 공개 발언에서 '임기' 관련 조항과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해 김 전 위원장의 '셀프 임기 연장' 권한까지 암시했다.

이어 심 대행은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동행하여 이날 오후 8시 20분께 종로 구기동에 위치한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아 그가 귀가할 때까지 약 30분간 집 앞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 귀가 후 이들은 30여 분간 면담을 가졌지만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비대위원장 수락'이라는 확답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에 "심 대행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당을 '연착륙'시키는 것"이라며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은 져야 하는데 그냥 놔뒀다가는 당내 권력 다툼밖에 벌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비대위든 조기 전당대회든) 어떤 길로든 이 당은 답이 안 보인다"며 "(통합당은) 사망선고를 받고 멋있게 죽어야 하는데 상주도 없는 상황에서 외부 상조회사 불러다 멋있게 장례식 치르고 탄생도 다시 멋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