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ICT기업 인터넷은행 진출 확대·산업 활성화…해외서 공정법 위반 결격 사유로 삼는 경우 없어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터넷은행 제도가 2015년 도입된 이후 법 제·개정 논의까지 6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향후 인터넷은행의 활성화와 금융혁신을 위해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진=케이뱅크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문호를 개방해 금리경쟁·중금리 대출·수수료 절감 등의 ‘메기효과’를 일으키기 위함이었다. 금융과 ICT의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금융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규제에 막혀 은행의 기본업무인 신규 대출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 1호 공약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외쳤지만 여당 내 소통 부족으로 개정안은 여야 합의에도 지난달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개 사과하고 총선 후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은 좌절됐다.

KT는 그룹 책임경영을 위해 자회사인 BC카드로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난 17일 보유하고 있던 케이뱅크 지분 10%를 BC카드에 처분했다. BC카드는 지분을 34%까지 취득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고, 케이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KT가 자회사를 통해 우회증자에 나서는 만큼 ‘꼼수’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KT 입장에서는 뱅크런 등의 금융혼란을 막고 케이뱅크의 고객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5051억원으로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다음달 중 자기자본비율(BIS)이 1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등 금융 혼란과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BC카드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결국 개정안이 국회 최종 문턱을 넘더라도 케이뱅크는 그대로 KT 대신 BC카드를 통해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네이버 등 혁신 ICT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출 확대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네이버, 넷마블, 넥슨, NHN 등 혁신 기업들은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인터넷은행업 진출을 포기한 상태다. 비금융주력자인 ICT기업은 산업 특성상 공정거래법 위반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주주 진입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끝없는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기업은 매년 6개월마다 적격성 유지 심사를 받아야 하며,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또한 부적격 처분 시 최악의 경우 영업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은행을 경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과도한 규제에 대한 부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네이버 등 혁신 ICT 기업은 인터넷은행 사업에 불참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규제가 넘쳐나는 한국을 피해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라인뱅크를 설립하면서 해외 금융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나 일본 등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공정거래법 등 특정법률 위반을 대주주 결격 사유로 삼는 경우는 전무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사실상 비금융주력자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ICT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인터넷은행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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