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사 중 15곳 선분양 막혀
   
▲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꺼냈으나 되레 폭등하자 후분양 정책을 내세우고 나섰다. 특히 건설산업 부실벌점 제도를 꺼내 누적된 벌점만큼 선분양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아파트 선분양이 중단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상 부실벌점이 많으면 아파트 선분양이 제한되는데, 해당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업체 가운데 70% 이상이 선분양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 부실벌점 산정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벌점은 건설사의 사업관리나 설계, 용역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부과하는 벌점으로 점수가 쌓이면 입찰 심사나 사업에서 불이익이 주어진다.

개정안에서는 부실벌점 산정 방식을 현행 평균(현장별 총 벌점을 현장 개수로 나누는 것) 방식에서 합산 방식으로 변경하고, 공동도급(컨소시엄)의 벌점을 기존 출자 비율에 따른 개별 부과에서 컨소시엄 대표사에 일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벌점이 쌓이면 일단 건설사들은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공공공사 사전입찰 자격심사(PQ)에서 감점이 생기고, 벌점 규모에 따라 최대 2년간 입찰 참가도 제한될 수 있다. 게다가 건설업계의 도급순위 서열을 따지는 시공능력평가액도 감액된다.

건설업계가 반발하는 데는 벌점 누적에 따른 아파트 선분양 제한 조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부실벌점에 따라 선분양 시기를 제한시켰다.

벌점이 1점 미만이면 문제가 없지만 벌점이 1∼3점 미만인 경우 전체 동 지상층 기준 각 층수 가운데 3분의 1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에 분양할 수 있고, 3∼5점 미만은 3분의 2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 5∼10점 미만은 전체 동의 골조공사 후, 10점 이상은 사용검사(준공) 이후 분양이 가능하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20대 건설사의 75%에 달하는 15개 업체가 선 분양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위 20개 건설사들은 연간 1만∼2만 가구 이상씩 새 아파트를 분양하는 데 이정도의 물량이 공급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상위 20개사를 제외하고도 중대형 건설사의 부과 벌점이 최대 30배까지 불어나 분양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이 영향으로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정부의 3기 신도시 등 주거복지로드맵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현행 방식의 벌점 제도로는 후분양 대상 기업이 많지 않아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으로 제도가 바뀌면 반대로 대형 건설사의 상당수가 선분양에 문제가 생긴다.

정부의 분양가 및 대출 규제 등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주택 시장에 또 다른 복병이 등장하자 건설업계는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정부가 연초부터 집값을 잡겠다면서 애먼 시장만 잡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부실벌점의 취지와 실효성 제고를 위해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새로운 부실벌점 집행이 2022년 7월 이후인 만큼, 일단 개정안대로 제도를 운용해보고 필요하면 조처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입법 예고 게시판에는 현재 2500여개가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려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조만간 국회와 정부, 청와대 등에 개정안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법 개정 저지를 위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을 진행했을 경우 대형 건설사라도 자금부담이 커져 사업진행이 더뎌질 것"이라며 "서울은 아직까지 수요과 공급이 맞지 않는 상황이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집값 폭등과 같은 불안 요소는 막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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