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도 변속기는 꾸준히 진화
빠른 변속·높은 효율성·저렴한 비용…팔방미인
폭 넓은 적용 통해 새로운 가능성 어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다방면에서 매력적인 습식 듀얼클러치트렌스미션(DCT)을 개발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기존 내구성이 약한 건식DCT의 한계를 뛰어넘는 습식DCT를 개발해 사용하며 다양한 차종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DCT는 빠른 변속과 높은 효율성으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차량에 활용하고 있다. 

   
▲ 고성능 습식 8단DCT로 돌아온 벨로스터N. /사진=미디어펜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등장한 현대자동차 고성능 N브랜드의 벨로스터N이 2020년형으로 상품성을 개선해 새롭게 등장했다. 이번에 등장한 벨로스터N은 기존 수동밋션과 습식DCT를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게 등장했다. 

가격대비성능비율(가성비)이 좋은 고성능 차를 소유하고 싶어 했던 고객들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서다. 수동모델의 한계 때문에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했던 벨로스터N은 2020년형을 계기로 보다 많은 고객층을 보유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동급의 차종들은 국내에 소개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매를 하려해도 벨로스터N에 비해 2배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에 벨로스터N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을 습식DCT를 적용한 새로운 모델의 등장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습식DCT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앞서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부터였다. 

기존의 현대차그룹 DCT는 건식 밖에 없었고 이변속기는 높은 힘을 감당하지 못해 2000cc 미만의 저배기량의 차량에만 적용돼 왔다. 하지만 습식DCT의 개발이 완료되며 쏘렌토 2.2디젤모델에 적용돼 처음 등장을 알렸다. 

DCT는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중간에 자리한다. 기본 원리는 동일하지만 메이커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현대·기아차는 DCT라고 부르지만 독일 폭스바겐은 DSG로 표기한다. 이런 DCT는 마치 손바닥을 마주 붙이는 것처럼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동력을 직접 전달한다.

운전자가 클러치를 떼고 붙이는 동작, 적절한 단수로 기어를 바꾸는 역할을 변속기가 알아서 해주는 것이다. 이런 DCT는 가격도 기존의 자동변속기보다 저렴해 많은 완성차에 적용돼 왔다. 

수동변속기의 가격을 1로 가정했을 때 자동변속기의 가격은 2를 넘어서지만 DCT는 1.5 수준이다. 빠르게 변속이 가능하고 번거로운 작업도 안해도되며 효율성측면에서도 우수한 DCT가 수동보다 조금 비싸지만 자동미션보다는 저렴해 장점이 많은 것이다. 

수동변속기는 손바닥이 맞붙듯,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클러치가 존재한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의 클러치가 분리되면, 그 순간 톱니로 된 유성기어가 다음 기어를 바꿔탄다. 그리고 다시 클러치가 맞물리는 과정이다. 클러치는 발로 밟아 작동하고, 유성기어는 손으로 레버를 움직여 컨트롤한다.

하지만 DCT는 이같은 동작을 가속페달만 밟고 있으면 알아서 대신해준다. 

또 DCT는 변속이 빠르고 정확해 수동변속기를 운전하다 발생하는 실수도 없다. 원통 안에 동그란 클러치가 존재하고 앞뒤로 이동하면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클러치가 앞으로 붙으면 1, 3, 5단이 맞물리고, 뒤로 붙으면 2, 4, 6단이 맞물린다. 별다른 변속 없이 클러치가 앞에서 뒤로, 다시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면서 변속하는 게 DCT의 원리다.

이론적으로 DCT는 연비와 출려 측면에서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유리하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습식 8단DCT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과부하를 받으면 변속기가 망가진다는 단점도 있다.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유성기어가 붙어버리는 꼴이다. 수동변속기를 운전하면서 '반 클러치'를 과도하게 쓰면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다. 더욱이 무겁고 커다란 캠핑트레일러를 견인해도 과부하 때문에 고장날 수 있다.

고성능을 받아내기도 버겁다. 이에 250마력의 벨로스터N은 DCT가 아닌 수동 전용으로만 출시했던 것이다. 자동변속기로 출시를 했어도 됐지만 고성능차에서 요구하는 빠른 변속타이밍을 맞추기에는 부족했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현대차그룹이 최근에 선보인 습식DCT다.

기존의 DCT가 일반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했다면 습식 DCT는 오일을 활용해 변속기의 부하와 온도상승을 막아준다. 오일로 윤활과 냉각을 담당하고 이 오일은 다시 또 냉각돼 변속기의 온도상승을 막아준다. 오일 순환은 전기모터로 펌핑한다.

건식과 습식의 차이는 단순히 오일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차고 넘치는 고성능을 받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오일 순환계통을 포함해 다양한 장치가 추가되면서 무게가 늘어났지만 이로 인해 얻는 장점은 더 커졌다. 

물론 가격은 비싸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가격이 낮다.

이런 습식DCT를 활용해 현대차그룹의 제품라인업은 효율성은 높아지고 빠른변속이 가능해졌다. 이에 다양한 차종에 이번 습식DCT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0cc미만의 엔진에만 적용하던 변속기의 제한이 풀리며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습식DCT는 향후 다양한 차량에 적용되며 고성능버전의 모델 역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한편 완성차 업계에 친환경차가 중요해지며 전동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의 개발은 멈춰섰다. 최근 제네시스GV80에 적용된 직렬6기통 디젤엔진이 21세기들어 개발된 새로운 엔진의 유일한 형태다. 

하지만 동력을 연결해주는 변속기는 다양한 차종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개발되고 개선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