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76세…고인 아들 "가족 내력으로 심장질환이 있었다"
   
▲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지난 27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미국 첼리스트 린 하렐이 바흐의 첼로곡을 연주하고 있다. 장소는 1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맨 처음 만난 군사분계선(MDL) 앞이다./사진공동취재단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지난해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연주했던 첼로의 거장 린 하렐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자택에서 향년 76세에 별세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족 내력으로 심장질환이 있었다고 그의 아들은 밝혔다.

1944년 바리톤 아버지와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렐은 17세 때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을 통해 데뷔했다. 18세 때인 1962년에는 지휘자 조지 셀의 발탁으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첼로 단원으로 활동했고, 입단 2년 만에 수석으로 승진했다.

1970년 셀 사후 고인은 솔로로 활동하면서 주목받았다. 1975년에 그는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와 함께 제1회 에이버리 피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와 함께 녹음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삼중주 A 단조'로 첫 그래미상을 받았다. 1987년에는 같은 멤버가 함께 녹음한 베토벤 피아노삼중주로 두 번째 그래미상을 받았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연주회를 열었다. 지난 2013년 철원에서 열린 DMZ 평화음악회에 연주자로 나섰고, 지난해에는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열린 평화공연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큰 악기인 첼로가 작아 보일 정도로 키가 크고 체구가 좋아 세계 '최대' 첼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랜 친구인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은 성명에서 "첼로의 큰 곰이 세상을 떠났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의 미소는 언제나 음악과 하나가 돼 있고, 언제든 당신과 협력하기를 열망한다는 것을 알렸다"라고 전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도 29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그의 작고 소식을 전하며 애도의 글을 올렸다.

탁 위원은 "판문점에서의 연주는 그의 마지막 연주가 됐다"며 "그와의 인연은 단 한 번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의 마지막 연주를 부탁한 셈이고 그는 마지막 연주 1년 후에 눈을 감았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음악이 사람보다 자유롭다. 이렇게 경계 없이 남북을 오가잖아요'라는 말을 인용해 "첼리스트 린 하렐. 그의 마지막 연주를 다시 듣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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