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모펀드 운용을 주도한 이종필 전 부사장이 검거됐지만, 진짜 문제는 업계에 대한 펀드 투자자들의 신뢰가 이미 무너져버렸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운용을 주도한 이종필 전 부사장이 최근 검거됐다. 이로써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로 시작된 이번 파장의 진실 규명이 조금씩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의 복잡한 펀드 구조를 설계하고 직접 운용한 인물로 알려졌다.

   
▲ 지난 2월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IFC 내의 라임자산운용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사모펀드는 모펀드 4개와 이와 관련된 자(子)펀드 173개에 달한다. 수탁고는 작년 말 기준 1조 6679억원 규모다. 모펀드 중에서 '플루토 FI D-1호'(이하 플루토), '테티스 2호'(이하 테티스) 펀드에서만 최소 1조원이 넘는 손실이 확정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펀드의 장부가액은 환매 중단 시점인 작년 10월 말 기준 플루토 1조 2337억원과 테티스 2931억원으로 총 1조 5268억원이었다. 라임자산운용이 최근 밝힌 예상 회수금은 플루토 4075억원과 테티스 1332억원으로 총 5407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2개의 다른 모펀드 '플루토 TF 1호'(이하 무역금융)와 '크레디트 인슈어드'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자산이 외국에 있어 회수가능한 투자금이 얼마일지 추산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수사 결과 이종필 전 부사장과 라임자산운용 임직원들은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임직원 전용 펀드를 만들어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전 부사장 검거로 부당이득 환수 가능성은 다소 올라갔지만 이는 현재 확정된 펀드 손실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라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한편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판매사들에 통지한 안내문에서 오는 2025년 말까지 플루토·테티스 펀드 자산 현금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투자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예고가 아니라 ‘자산 현금화’ 계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즉,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일단 라임자산운용은 이번 달부터 투자금 배분을 시작하고 분기마다 자산 현금화 계획을 업데이트한다는 방침을 밝혀둔 상태다. 하지만 무역금융 펀드와 크레디트 인슈어드 펀드는 아직 자산 현금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판매사들은 '배드뱅크'를 설립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넘겨받아 자산을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는 기관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19개 판매사는 이미 지난달 20일 첫 회의를 열어 논의를 시작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 수사팀은 이번 연휴에도 이 전 부사장 등 구속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수습하는 실질적 측면과 라임자산운용 사측과 관련된 정의구현의 측면이 동시에 맞물려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이미 무너진 측면이 있어 회복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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