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이후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 금지…"조합이 직접 대출해주는 것은 상관없다"
   
▲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사업지 위치/사진=서울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재건축(신반포4지구) 조합에서 다주택자 조합원에게 이주비 대출을 지원해주겠다고 나서 조합원들과 인근 정비사업 단지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9·13대책 이후로 다주택자의 이주비 대출은 원천 봉쇄됐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4지구 조합은 11일까지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주비 대출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이 작성해야하는 '조합원 민원대책비 유상대여 안내'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를 대출 받을 수 없어 새로 이주할 주택의 월세에 상당하는 금액 지원을 희망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류가 따로 구비됐다.

해당 이주비 지원 혜택은 다주택자도 가능하며 LTV 60%, 임차인 반환청구비 신청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산정한다. 매월 발생하는 이자는 조합에 납부하게 된다.

이에 한 조합원은 "올해 2월 진행된 조합 총회에서 다주택자들이 이주비 지원을 요구해 조합장이 고려해보겠다고 답한 적이 있다"며 "이후 조합 측에서 1+1 입주권자, 2가구 이상 다주택자 등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에 한해 이주비를 지원해주겠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2018년 시행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조합원의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하고 이주비 대출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판단해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이 불가능하다. 2017년 8·2 대책으로 1주택자의 이주비 대출 한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에서 40%로 축소됐다.

이에 신반포4지구 조합에서 조속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다주택자에게도 무리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반포4지구는 서울시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를 조정하며 이주시기가 2019년 초에서 7월로 미뤄진데 이어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올해까지 이주 계획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 조합원은 "인근 단지의 다주택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라며 "다주택자까지 이주비 지원을 받게 되니 다주택자가 아닌 조합원들도 제한 받고 있는 LTV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조합과 더불어 시공을 맡은 GS건설, 몇몇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조합의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 지원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 관행적으로 제공되던 혜택이라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은행에서 임차를 받아 다주택자의 이주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걸리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 제30조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입찰서 작성시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부담금, 그 밖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하여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자 등은 금융기관의 이주비 대출에 대한 이자를 사업시행자등에 대여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2주택자들은 이주비 지원 서류를 작성할 때 보유하고 있는 2개 가구 중 1개를 처분할 것을 약속하는 약정서를 체결한다"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현재 절차를 밟고있는 이주비 대출 지원은 조합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GS건설은 임차 보증만 섰을 뿐 이와 같은 사안은 조합 총회를 거쳐 결정돼 GS건설이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적용받을 수 있는 규제의 법망도 허술하다는 주장이다.

관할 구청인 서초구 재정비과 관계자는 "9·13 대책 이후 다주택자에게 막힌 이주비 지원은 '다주택자는 시공과 관련된 이익 제공이 안 된다'는 개념"으로 "관련 규정은 해당 대출이 무이자가 아니면 가능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정비사업분야 전담 변호사는 "(조합이 다주택자에게 이주비 대출을 지원해 준 부분을 불법이라고 볼 지는) 애매하다"라며 "이런 경우 (임차한) 은행이 금융위원회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 행정적인 지침에 걸린다고 해도 처벌의 대상까지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반포4지구 재건축은 신반포8~11, 17차 단지와 공동주택 7곳, 상가 2곳 등 2898가구를 최상 35층, 29개동, 3685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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