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0년 KBO리그가 5월 5일 드디어 막이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고 어렵게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 첫 날부터 멋진 승부와 멋진 장면이 속출했다.

'무관중'으로 개막전이 치러져 야구팬들이 비록 경기장을 찾진 못했지만 TV 중계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오랜 야구 갈증을 해소해준 시원한 홈런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개막전 5경기에서는 모두 10방의 홈런이 쏟아졌다. 한화-SK의 인천 경기에서만 홈런 소식이 없었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는 모두 호쾌한 홈런 타구음이 들려왔다. 개막전을 장식한 10개의 홈런, 의미없는 홈런이 없었다.

   
▲ 개막전에서 홈런을 날린 LG 김현수, 롯데 마차도, NC 나성범. /사진=각 구단


LG와 두산이 맞붙은 잠실구장에서는 시즌 공식 1호 홈런이 나왔다. LG 김현수가 3회말 투런홈런(상대투수 알칸타라)을 터뜨린 것이 2020시즌 제1호 홈런이었다. 1-0으로 앞서던 LG는 김현수의 홈런포로 3-0으로 달아났고, 결국 8-2로 개막전 승리를 거뒀다. 김현수가 친정팀 두산을 울리며 터뜨린 시즌 1호 홈런, LG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두산의 패배로 빛을 잃기는 했지만 김재환의 홈런도 있었다. 김재환은 4회 솔로포(상대투수 차우찬)로 개막전부터 홈런 신고를 하며 두산의 간판 홈런타자임을 증명했다. 이날 6이닝 1실점 호투한 LG 선발 차우찬의 유일한 실점이 바로 김재환에게 홈런을 맞고 내준 것이었다.

김재환의 홈런은 광주 KIA전에서 키움 박병호가 터뜨린 홈런과 맞물린다. 박병호는 8회 투런홈런으로 역시 개막전 홈런 대열에 합류했다. 박병호는 2019년 홈런왕(33개), 김재환은 2018년 홈런왕(44개)이다. 올 시즌 역시 강력한 홈런왕 후보인 KBO리그의 대표적인 두 토종 거포는 개막전부터 치열한 홈런 레이스 스타트를 끊었다.

키움은 박병호 외에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김하성도 홈런(8회 솔로)을 날리며 KIA에 11-2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수원에서 열린 롯데-kt전, 대구에서 열린 NC-삼성전에서는 각각 홈런 3방씩이 터져나왔다.

롯데 새 외국인 타자 마차도의 홈런이 인상적이었다. 마차도는 1-2로 롯데가 뒤지고 있던 7회초 역전 3점홈런(상대투수 김재윤)을 쏘아올렸다. 이날 총 10개 홈런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타자가 터뜨린 홈런이었다. 사실 마차도는 유격수 수비 실력을 보고 데려온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타격은 다른 팀 외국인타자들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였고, 장타력에 대한 큰 기대도 없었다. 하지만 마차도는 개막전에서 롯데의 역전 승리(7-2)를 이끈 결승 홈런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롯데 전준우가 8회 날린 투런포(상대투수 이상화)는 쐐기포가 됐고, 롯데가 올 시즌 앞두고 FA 전준우를 잔류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kt 강백호의 홈런도 임팩트가 강했다. 1-1로 맞서던 6회말 강백호는 호쾌한 스윙으로 솔로홈런(상대투수 스트레일리)을 뽑아냈다. 프로 3년차 시즌을 맞는 강백호는 이미 차세대 한국야구의 주포로 인정받고 있으며, 개막전 홈런으로 일찍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백호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kt는 불펜이 무너져 역전패 당한 것이 아쉽기만 했다.

NC는 삼성에 4-0으로 이겼는데, 나성범 박석민 모창민의 솔로포 3방으로만 3점을 벌어들였다.

4회초 나성범의 선제 솔로포(상대투수 백정현), NC와 나성범에게는 감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NC의 간판타자 나성범은 지난해 5월 불의의 부상을 당해 거의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부활의 칼날을 갈아왔던 나성범은 개막전 홈런으로 '나 돌아왔오'를 외쳤다.

2-0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NC는 6회초 박석민과 모창민의 백투백 솔로포(이상 상대투수 백정현)가 터지며 승리를 굳혔다. 팀 승리에 발판을 놓는 중요한 연속 홈런이기도 했지만 2020시즌 1호 '연속타자 홈런'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2020시즌 KBO리그 개막전은 이처럼 홈런 하나하나에도 '스토리'를 담고 의미있는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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