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경영권승계·노사문제·사회소통 등 그동안 부족했던 부문 개선 약속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 삼성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삼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삼성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자리는 삼성준법위 권고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11일 삼성준법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삼성 총수가 대국민사과에 나선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지난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고개를 숙였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 삼성 특검이 진행되자 대국민사과를 했다. 2015년 6월 이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새로운 삼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에 (이건희)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이과정에서 깨닫고 배운것도 적지 않다. 미래 비전과 도전의지도 갖게 됐다"며 "저는 지금 한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다고 한 이 부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 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인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앞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과 관련해 불거진 이슈들에 대해서도 머리숙여 사과했다. 10분여간 연단에선 이 부회장은 세 차례 허리를 숙였다. 

그는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과 사회에)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쳤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삼성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입장을 밝히면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승계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혐의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다"며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하겠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사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의 노사 문화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와 관련해서 이 부회장은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다"고 했다.

오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도 전했다. 그는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경영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에 제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2~3개월간에 걸친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는 이 부회장은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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