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의 핵인 김민재(24·베이징 궈안)가 소속팀과 동료 및 중국 축구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원인 제공을 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사과를 했고, 김민재에 대한 구단 징계나 중국 내 여론은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말로 하는 스포츠 예능'의 위험성을 절감하게 된다. 

김민재는 최근 박문성 해설위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에 출연했다. 지난 2일 결혼식을 위해 잠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4일 공개됐는데 박문성 해설위원과 김민재가 가벼운 분위기로 얘기를 나누는 인터뷰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팀과 동료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 사진=박문성 '달수네 라이브' 방송 캡처


김민재는 유럽 진출 희망을 얘기하며 "(팀이) 보내줘야 가지"라고 했으며, 수비수로서 팀 내 역할에 대해 "오른쪽에 서는 중앙 수비수인데 양쪽 풀백 커버 플레이를 다 한다"며 동료 수비수 위다바오 등이 전방 공격수 출신이라서 자리를 자주 비워 자신의 수비 부담이 많다는 것을 농담을 섞어 얘기했다.

김민재의 이 인터뷰 영상은 짧게 편집돼 중국 언론에 소개됐다. 주로 김민재가 팀이나 동료, 중국 축구를 낮춰 보는 듯한 발언을 강조해 편집된 영상이어서 중국 팬들의 분노를 자극하며 논란이 커졌다.

시나스포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민재는 구단에 여러 차례 인터뷰 경위를 밝히고 사과했다. 구단은 사전 허락 없이 인터뷰를 한 부분에 대해 징계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구단 징계 자체는 무겁지 않겠지만 중국 팬들의 비난 여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인터뷰 영상을 올렸던 박문성 해설위원은 6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공개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많은 말씀과 지적이 맞습니다. 제가 더 많이 고민하고 신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관련 영상은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김민재 인터뷰 영상은 삭제됐다.

   
▲ 사진=박문성 사과문 캡처


이어 박문성 해설위원은 "어떤 마음을 떠나,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거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했어야 하는데 고민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이 정도도 판단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라고 하면서 "축구가 어렵고 전 많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김민재 선수와 구단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마음 아프셨을 여러분들에게도 마음 깊이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김민재는 이번 논란을 통해 국가대표로서, '한국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로서, 언행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유명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겸손하지 않은 스타는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스스로 사과문에서 밝혔듯 '더 고민하고 신중했어야' 했다. 해당 인터뷰 영상을 국내 팬들은 큰 거부감 없이 봤을 것이다. 평소 중국 축구에 대해 한국 팬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박 위원과 김민재가 속 시원히 대신 얘기하는 것 같았고, 인터뷰 분위기는 농담과 웃음이 오가는 토크 예능 프로그램 비슷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소속팀과 동료를 비하하는 듯한 농담을 했을 경우 국내 축구팬들은 대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말로 하는 스포츠 예능'은 위험할 수 있다. 스포츠 스타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추세지만, 말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경우는 신변잡기 얘기를 할 때 정도다. 스포츠 스타들이 힌꺼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JTBC 예능 '뭉쳐야 찬다'가 왜 인기를 누리며 많은 줄거움을 선사하겠는가.

중국 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는 중국 축구와 동료들, 중국 팬들을 더 존중해야 할 것이다. 방송을 잘 아는 박문성 해설위원은 방송의 책임과 영향력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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