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감싸려 거짓 해명하면 대북사업에 역풍…국민 안전 담보돼야 남북협력 길 열려
지난 3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남쪽 감시초소(GP)에 북한군 총알 4발이 날아든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군 당국은 의도적 도발이 아닌, 단순 실수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군의 설명과는 다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남북 평화 구상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 군이 북한을 옹호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3일 오전 7시41분 남쪽 GP에 북한군 총알 4발이 적중했다. GP 외벽에 대형 탄환 4발의 탄흔이 발견됐다. 사용된 총기는 헬리콥터 등 비행체를 격추시키는데 사용하는 중화기인 14.5mm 기관총(고사총)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 판단 하에 경고 방송 및 사격 2회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우발적 사건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달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먼저 군의 대응사격은 사건발생 20분이 지난 뒤 이뤄졌다. 합참은 현장 지휘관 판단 아래 대응사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해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는 인상을 줬다. "매뉴얼과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대응했다"고 밝혀, GP 책임자인 소초장(중위)이 선대응, 후보고한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현장 소초장은 사건 당시 상급부대로 보고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사단장의 지휘로 대응사격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확한 보고에 대한 비판이 일자, 군은 "현장 지휘관은 사단장까지 포함할 수 있어 최초 발표에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20분 만에 대응한 것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에 더 늦게 대응한 적이 있다고 발뺌을 했다.

   
▲ 3일 오전 북한군이 중부전선 우리 군의 GP에 대해 총탄 사격을 해 우리도 경고 방송과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고 함참이 밝혔다. / 사진 = 연합뉴스

유효 사거리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이 쏜 14.5mm고사총은 대공화기를 지상화기로 전용한 것으로 우리 육군 장갑차 측면을 관통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다. 합참은 "도발은 유효사거리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설명해, 남북 GP사이의 거리가 유효사거리를 벗어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남북 GP 사이 거리는 1.5~1.9km인데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는 1.4km라는 설명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합참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는 공중을 행해 쏠 때에는 1.4Km, 지상에서 쏠 때에는 3km라고 적시했다.  지상으로 발사할 때 훨씬 더 멀리 나가는데도 군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발사 시점도 논란이다. 군은 북한군 교대시간에 실수로 일어난 오발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으나 군사 전문가들은 총격이 일어난 시간은 오전 7시41분인데 북한군의 교대시간은 오전 7시이기 때문에 군의 해석은 비논리적이라는 지적을 한다. 

군은 안개가 짙게 끼어 가시거리가 1㎞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도 오발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발일 경우 1발 정도는 GP 외벽에 맞을 수 있지만 나머지 3발까지 모두 GP에 맞는 것은  불가능하다. 총구를 고정시켜 정조준해야 4발의 탄착군이 형성되므로 정조준 상태로 총을 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총격 사건이 의도된 것이라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남북정상이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합의는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군사적 신뢰구축조치 강구 등을 실행하기로 했다. 북한군이 쏜 고사총은 DMZ 투입이 금지된 중화기로 정전협정 위반이다. 

이런 와중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6일 파주 지역 철거 GP를 방문해 'DMZ 평화의 길' 사업 점검에 나섰다. 대북사업확대, 남북경협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군도 이런 기류를 반영해 북한의 총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태도다. 이번 총격 사건의 심각성은 남북한이 접경지대에서 적대행위 중단을 약속했음에도 중화기의 하나인 고사총이 발사됐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우발이든 고의든 북한군 총알이 날아와 우리 국민을 살상할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원하는 남북협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군은 단호히 대응해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상황 아래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확고한 안전보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평화 구상의 현실화로 가는 단초가 된다. 감쌀 게 아니라 단호한 대응으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게 군이 문재인 정부와 북한을 돕는 길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