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해외업체와 상표권 사용계약 협상
대우 브랜드 판매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
   
▲ 권가림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기업에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업의 탄생부터 가치관, 신뢰도, 사업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로 작용한다. 기업이 망해도 브랜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다. 20년 전 대우그룹은 통째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우의 흔적들과 마주친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위니아대우 등이 대우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가 해외에서 통하는 의미는 더욱 크다. 종합상사와 건설, 가전, 기계 등 분야에서 글로벌 영업망과 인지도는 비교적 잘 살아있다. 대우라는 이름으로 건조된 수많은 배들이 태평양을 가로 지르고 있고 중앙아시아·중동 등에서는 아직도 대우차의 흔적이 많다. 전자업계에서 유일하게 대우를 지키고 있는 위니아대우는 멕시코, 이란 등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등 대우전자의 가전 DNA를 씩씩하게 잇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여전히 대우 브랜드를 고수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는 모두 대우라는 지렛대가 활용된 결과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대우실업에서 트리코트 원단 수출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미국, 아프리카, 동유럽 등지로 시장을 넓히며 해외사업의 터를 닦았다. 그 시절 해외 25만명에 달하던 직원들과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을 홀로 해내던 김 전 회장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세계 각지에 녹아들어 지금까지도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대우가 해외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대우 브랜드 상표권을 소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오는 6월 위니아대우와 상표권 계약 종료를 앞두고 중국, 영국, 터키 등 업체와 상표권 사용 계약 협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다른 기업과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는 것은 그 기업의 자유이며 대우 이름이 완전히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려와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대우=한국'이라는 상징성은 국내외에서 여전하다. 해외 기업이 대우 상표권을 손에 쥐고 운영을 잘못하거나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해 대우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국내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이미지 훼손도 일어날 수 있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 브랜드 사용을 복수 가전업체에 허용하며 해외 바이어들이 위니아대우의 제품과 타사 제품을 혼동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대우는 프랜차이즈 상표권과 다르다. 대우라는 이름이 뿔뿔이 흩어진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핵심 뼈대가 돼 주고 있는 만큼 해외 업체에 대우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상도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브랜드 남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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