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혐의 중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부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수사하는 곳이 아니고 강제력 없이 사실 확인 권한만 있다. 업무와 관련해 조사 및 착수에 관한 권한만 있다."

수사 착수 255일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1차공판기일에서 조 전 장관측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에 대해 보고 받은 뒤 비위사실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감찰도 중단하게 한 것이 아니라 종료됐다"고 전했다.

중대한 비위 의혹을 알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검찰측 공소사실과 달리, 조국측은 이날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초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중대 비위 혐의를 확인했음에도 직권을 남용해 감찰을 중단시키고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 전 장관 의혹의 요지다.

변호인은 이날 "특감반은 강제권이 없다. 법령상 허용된 감찰을 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조 전 장관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인사조치를 지시한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인지 근본적인 의문"이라고 밝혔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30여분 만에 종료된 오전 재판에 이어 오후 같은 법정에서는 주요 증인인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증언대에 섰다.

2017년 말 감찰을 벌였고 그 내용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던 이인걸 전 반장은 이날 "통상적인 조치 없이 감찰이 중단됐다. '위에서 얘기가 됐다니 우리도 감찰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박 전 비서관이 말했다"며 조 전 장관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이 '위에서 얘기가 됐다'는 증언의 뜻을 묻자 이 전 반장은 "(조국) 수석님이 결정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 전 반장은 "유재수의 경우 아예 감찰종결에 관한 최종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며 "(감찰) 중단 지시 없이 감찰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관계기관 통보나 수사 의뢰 등 조치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 이렇게 감찰이 중단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 전 반장은 "특감반이 해체될 때 이례적으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야간에 특감반에 나타나 컴퓨터를 수거하고 출력물을 폐기했다"며 "이를 보면서 유재수 관련 자료를 폐기하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지난 2010~2018년 투자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고 오는 22일 1심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 반장은 이날 법정에서 '과거 감찰 과정에서 유재수에 대한 구명운동이 진행됐고 이에 심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특감반이 유재수 핸드폰을 디지털포렌식 해서 무상으로 받은 금전 관계 등이 나왔는데 유재수는 당시 이를 부인했고, 이후 특감반의 자료제출 요구에 형식적으로 1~2회 제출한 뒤 항공권 결제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감찰 대상이 이렇게 비협조적인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 직무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관한 판단이 이번 혐의 유무죄를 가르는 가장 큰 쟁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측 변호인은 '감찰 중단이 아니라 종결'이라는 단어 맞바꾸기를 이날 법정에서도 거듭 주장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인사조치를 지시했다"고 항변했다.

일명 '감찰 무마' 사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는 앞서 박근혜정부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와 같이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