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시민당, 금주 내 합당 마무리...통합당·한국당은 지지부진
한국당 내 "대선 직전 합치자"는 목소리도 제기돼...독자 행보 기류
보수 진영 "통합당보단 한국당을 진짜 보수 가치 정당으로 만들자"
한국당 독자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영향력 별로 없을 것" 충고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이 20대에선 '비례위성정당' 갈등을 초래,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는 '교섭단체' 눈치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는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논의 자체도 지지부진한 데다 '독자 교섭단체' 구성안도 솔솔 나오고 있어 여야 모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3차 중앙위원회을 개최해 시민당과의 '합당결의 및 합당수임기관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이후 수임기관으로 최고위원회를 지정해 오는 13일 시민당 최고위원들과 합당 수임기구 합동회의를 열고, 15일 합당 절차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 4.15 총선 당일 상황 개표실에서 함께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지도부./사진=미래통합당

반면 한국당은 통합당과의 합당 문제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당인 통합당의 의견과 조율, '통합' 원칙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아직은 견지되고 있지만 내부에선 이미 합당 여부에 대한 회의론도 불거지고 있다. 독자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가능성에서다.

나아가 한국당은 "대선 직전 합당"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4월 당선인 총회에서 "대선(2020년 3월)을 앞둔 시점에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당이 교섭단체 구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논의된 데에는 비례의석수와 무관치 않다. 한국당은 현재 19석으로, 한 석만 보태면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당 안팎에선 보수 정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을 영입하거나 통합당 의원 파견,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 여러 방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통합당보다는 한국당을 "'진짜 보수 가치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미래한국당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가 '통합당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며 통합당으로의 복당을 희망하고 있고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도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홍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토를 지속하고 있어 복당 문제는 난제로 떠오른 형국이다.

한국당 교섭단체 구성론은 '슈퍼여당'의 탄생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여당 단독으로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만큼, 통합당과 한국당이 통합해도 103석으로는 저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차라리 별도 교섭단체를 더 확보해 원 구성 및 상임위에서 견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원 대표는 인터뷰에서 "두 개의 야당이 공존하면서 서로의 사이드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여당이 비례정당과 합당한다고 해서 우리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서는 영향력이 다소 미미할 것이라는 외부의 시각도 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국당이) 별도로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현재 민주당 등 범진보 의석이 190석이 되기 때문에 자기들이 제3당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더라도 국회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왼쪽)와 원유철 한국당 대표./사진=(좌)미래통합당 (우)미래한국당
민주당은 한국당의 제2교섭단체 움직임이 감지되자 '교섭단체로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엄포를 놓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1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회 운영상에 있어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앞서도 "(한국당 원내교섭단체 구성 시) 상임위원회(상임위원장) 배정에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미래한국당이 회의에 들어오면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엔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다소 강경한 사전 경고에 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지뢰밭을 건널 수 없다"며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폐지 선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4.15 총선에서 국민의 혼란을 가중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며 여야 '2+2 회담' 개최를 거듭 강조했다.

원 대표는 '2+2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통합당과 합당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합당은 한국당과 통합당의 문제고, 준연동형비례제 폐기는 여야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합당은 반드시 할 것"이라며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방식과 시기,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식지 않은 한국당의 독자 행보 기류에는 여당뿐만 아니라 통합당도 그 추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눈치다. 한 석이 아쉬운 통합당으로선 '합당'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