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남발 '계약의 자유' 침해...입법보다 법원 판결기준 개선해야

2011년 하도급법에 소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반영한 규정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공정거래분야 외 다양한 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국회는 일반 경영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단가 인하'나 '발주 취소' 그리고 '반품' 등 일반 거래에까지 이 법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이후 예견된 수순이지만, 기업을 공격하면 인기가 올라가리라는 기대를 가진 정치인들은 실적 쌓기 식으로 앞다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이 공동주최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전경.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은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현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29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공동개최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두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수고했으며,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남재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열띈 토론을 벌였다.

   
▲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이 공동주최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사회자로 발언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김두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서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도입이 사송활성화를 통해 규제를 대체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는 상당 부분 손해배상의 정의(전보적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손해배상 등), 즉 개념적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 도입은 우리나라 법체계의 근본적인 왜곡을 낳을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법원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손해액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작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논의가 나오게 된 이유로는 “피해자들이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이 공동주최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청중 전경.

김 교수는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집행오류, 가해자 특정으로 인한 베커이론 억지효과의 부적절성, 이로 인한 손해배상제도의 왜곡, 법체계의 차이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교수는 베커이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에 대한 적용에 관하여 다양한 사례와 논증을 통해 “베커의 억지효과는 개념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적절한 근거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과배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오히려 전보적 손해배상 이상의 배상을 부과하는 것은 과다배상으로 인해 잠재적 가해자의 주의수준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비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본질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해서 이것을 바로 잡는 여러 가지 수단을 비교,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평가함에 있어 “민사제도에 형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실익이 없으며, 제도의 실체가 아니라 용어에 얽매인 논의이다”라고 비판하면서, 이어 “법체계의 차이, 즉 영미법제도를 대륙법체계에 도입하는 것의 적절성 또는 타당성을 따지는 것 역시 의미 있는 평가기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이 공동주최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는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발제를 마무리 지으면서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의 손해배상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 주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입법적 해결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기준을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국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기존의 논의에 대하여 김 교수는 “해외제도를 참조하고 도입함에 있어, 외국에서의 논의를 제대로 숙고하지 않은 채 무비판적으로 열거할 때 생길 수 있는 혼란과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