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제 생긴 후 처리하는 것 아닌 문제 발생 전 혼란 방지하는 것이 역할"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안하면 자동 기부처리가 되는데, 기부 신청을 정부가 노린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접수가 시작된지 사흘도 되지 않아 국민들 사이에서 각종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로 실수 기부가 이어지며 국민들 사이에선 기부를 일부러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공분도 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실수 기부를 막기 위해 지원금 신청 페이지 전면 새 작업 등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뒷북행정'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13일부터 수정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사진=신한카드 홈페이지


13일 행정안전부는 전날 긴급재난지원금을 실수로 기부했다면서 취소하겠다는 요청이 잇따르자 '실수 기부'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는 전액 기부를 선택할 경우 팝업창으로 재차 확인이 가능하다. 

실수 기부 논란은 행안부가 한 페이지에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기부를 넣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한 영향이 컸다.

당초 카드사들은 실수 기부 논란을 예상하고, 신청과 기부 페이지가 분리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은 묵살된 것으로 파악돼 정부의 '뒷북행정'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신청, 기부 페이지 이원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실수 기부 논란은 예상됐던 상황이지만 모든 의사 결정의 최종 결정권한은 정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행안부는 지원금 신청과 기부를 한 화면에 구성한 것은 트래픽 증가로 인한 시스템 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사흘만에 카드사들의 콜센터는 마비가 될 정도로 문의가 폭주했으며, 실수로 기부를 신청한 국민들은 혼란과 당혹감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긴급재난지원금 실수 기부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는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국민을 위한 정책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처장은 "정부가 실수 기부 논란을 바로 잡기 위해 대안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지난 이틀간 당혹감과 혼란을 겪은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며 "문제가 생긴 후 처리하는 것이 아닌 문제가 생기기 전 혼란을 방지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 역시 기부를 강조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국민에 대한 지원 정책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부가 유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된 것 같다"며 "기부에 방점을 찍다보니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아끼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며 "진정한 소비 진작을 위해 매끄러운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