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연일 통합당‧한국당 향해 '합당' 압박
21대 원구성, 관례 대신 '본회의 표결' 가능성도 시사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번주 내로 시민당과의 합당을 마무리 지으면 177석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연일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향해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당과의 합당 절차를 언급하며 “하나의 교섭단체로 함께 21대 국회를 준비하고 이전과는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과의 합당을 고심하고 있는 통합당을 향해서도 “국난 상황에서 21대 국회를 신속히 개원하고 국민이 바라는 일하는 국회로 시작할 수 있도록 민주당과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김태년 원내대표도 ‘속도전’을 내세우며 압박했다. 그는 “국회도 지금 할 수 있는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며 “하루 빨리 본회의를 열어 일자리를 지키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오늘 오후 업무에 복귀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날 예정”이라면서 “20대 국회 임기를 마치기 전 마지막 국회를 열어 일자리와 민생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좋은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이 연일 야권을 향해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한국당이 통합당과 합당 대신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그럴 경우 원내 의사진행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민주당과 통합당, 한국당의 3자 구도가 형성된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통합당과 한국당은 “뿌리가 같은 한 몸통”이지만, 별도 교섭단체를 꾸리게 되면 예산은 물론 주요 법안 처리를 두고 입장을 달리 할 수 있다. “하나의 먹이를 두고 머리끼리 아귀다툼하는 쌍두뱀처럼 국가보조금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에 이어 바른미래당 등 세 개의 교섭단체가 사안마다 입장을 달리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21대 국회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기를 뒷받침해야 하는 만큼 더 이상은 발목을 잡힐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특히 관례상 여야가 의석수 비율에 맞춰 배분해 온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강수를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표결 가능성을 묻자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는 17개다. 기존의 관례에 따르면 177석의 민주당은 11~12개, 통합당과 한국당이 합당했을 경우 6~7개의 상임위를 각각 배분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이와 관련,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표결을 통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21대 국회의 시작인 원 구성부터 민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사실상 21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압박이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위원장을 가져가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20대 국회 마지막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21대 국회 운영방안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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