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시행, 고령층 근로자엔 정책적 배려 필요"
   
▲ 자건거로 출근하는 근로자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돼야 하며, 정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자들은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이런 내용의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지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이상) 정년 의무화로 인해 민간사업체에서 고령층(55∼60세)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감소했다"며, 대규모 사업체 내지 기존에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 이런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사업체(10∼999인)에서 정년 연장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층(55∼60세) 고용은 약 0.6명 늘어난 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위원은 "제도적 정년 연장(60세 정년 의무화)으로 인해 고령층 고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청년 고용은 감소했다"며 "이런 결과는 정년 연장이 급격히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규모가 큰 사업체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체(100인 이상)에서 청년 고용 감소가 뚜렷했다. 

또 기존 정년이 55세 또는 그 이하였던 경우는 청년 고용이 큰 폭(0.4명)으로 감소했으며, 58세 또는 그 이상이었던 경우는 반대로 적었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60세 정년 의무화 시행 이후 고령층 고용이 증가했으며, 동시에 청년 고용도 증가했지만, 공공기관은 민간사업체와 운영 원리가 크게 다르고, 청년 미취업자 고용 의무가 부과되는 등 고용과 관련해 별도의 제약을 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있더라도 시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정년을 한꺼번에 큰 폭 증가시키는 방식은 민간기업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을 확대 시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신규 채용을 줄여 청년 고용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제도적 정년 연장이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시행해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충분히 흡수될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정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자를 위한 적극적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소규모 사업체는 조기퇴직, 권고사직이 빈번히 시행되는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는 제도적 정년 연장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층 수요에 부합하는 고용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시간 선택이 유연한 일자리 창출 등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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